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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우 Nov 21. 2024

경험의 중요성, 준비의 중요성

바뀌어 갈 세태를 위해

지금은 김장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지만, 예전엔 굉장했다. 여섯 식구가 먹을 김장인데도 배추를 끝없이 나르던 기억이 있다.

군 생활을 한 곳이 3,600명을 수용하는 후보생 식당을 운영하는 부대였다. 김장? 배추를 나르고 다듬고 씻고 양념하고 담고 땅에 묻는 일까지 중대원들이 다 해냈는데, 그 일을 하느라 먹을 시간, 잠잘 시간도 쪼개야 했다. 그래서 김장 기간에는 중대원들이 굶주림과 졸음에 시달렸다. 지금도 끝없이 이어지는 18톤 트럭에서 쏟아지던 배추로 만들어진 산이 주는 공포가 생생하다. 

우리 중대에 갓 부임했던 중대장이 그런 혼란을 겪고 난 뒤 다음 해엔 한 달 전에 미리 김치 묻을 땅을 조금씩 파게 하고, 트럭에 따라붙을 병력은 옆 중대의 지원을 받고, 부사관과 장교들의 부인을 동원하여 김치를 버무리게 하고, 간식도 준비해 두었다.

1년 전 지옥 같던 김장철을 염두에 두고 신병들에게 각오를 단단하게 하라고, 탈영하지 말라고까지 당부했는데 머쓱하게, 그렇지만 편안하게, 배부르게, 잘 자며 보낼 수 있었다. 경험의 중요성, 준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노마지지(老馬之智)가 쓸모 있던 시절을 지나왔는데, 세태가 바뀌어선지 노마는 자기 길도 찾지 못하고 있다. 준비의 방향도 제 길을 잃은 것 같다. 서글프지만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더 바뀔 세태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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