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 속 인품

by 강석우

두 번이나 큰 봉변을 당했다. 운전 중 자기 차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내 차를 강제로 세우게 한 젊은 사람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한 번은 20대에게 멱살을 잡혔고 한 번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먹었다.

난 운전을 얌전히 하는 편이다. 더욱이 당시 운전하던 차가 어린이집 차였다. 난폭 운전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설사 내가 그들의 운전을 방해했거나 난폭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 얼굴을 보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막가는 짓과 막말을 하다니. 그런 상황에서 그 애들을 혼내주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두고두고 화난다. 날 그냥 척 보고 함부로 해도 괜찮을 사람으로 봤나? 지금껏 살아온 내 삶에서 닦여진 인품이 그런 막돼먹은 아이들에게 당할 정도밖에 되지 않나?


우리 역사에서 못생긴 인물을 들라 하면 강감찬 장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송나라 사신이 왔을 때 자기 하인과 옷을 바꿔 입고 마중했다. 사신이 말 위에 타고 있는 장군 옷을 입고 있는 그럴싸하게 생긴 하인에게 절을 한 것이 아니라, 말고삐를 잡은 하인 차림의 못생긴 강감찬을 알아보고 공손히 절을 했다는 것이다. 인품은 외모나 위엄을 더해주는 외부 환경과는 상관없이 내부에서 우러나온다는 이야기다.


물론 사람을 볼 때 외모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권위를 더해주는 환경이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등 위엄을 덧칠할 외적 환경 요소에 신경을 쓰겠지. 겉도 좋고 속도 좋으면 더 좋겠지만, 겉이 좋지 않으면 속이라도 좋아야 할 것인데 내게 속이 없었나 보다. 속에서 우러나오는 인품이 없었나 보다. 아닌가? 그들의 잘못인가? 그들이 몹시 나쁜 사람들인가? 하긴 예수님에게도 막 대했던 사람이 있었다. 예수님에게 침을 뱉고 욕하고 채찍질하는 등.


길거리에서 나이 먹은 사람에게도 막 대하는 그런 사람들은 분명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강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비굴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막 대할 것이다. 그들은 사람은 외모와는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더 나아가 속에서 우러나오는 인품을 알아볼 능력은 더욱 없을 것이다.


아! 어쨌건 다시는 그런 봉변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게 그런 사람을 압도할 수 있는 속에서 풍기는 인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는 그런 사람을 붙잡아 볼기짝이라도 때려줄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꿈 깨고 현실로 돌아온다. 주변을 잘 살펴야겠다. 허름한 옷을 입은 강감찬 같은 분을 못 알아본다면 나도 그들과 똑같은 인간일 것이고, 화려하게 덧칠해진 모습에 괜히 기죽는다면 그 또한 똑같은 인간일 것이니. 속에서 인품이 은은하게 우러나올 수 있도록,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까닭 없는 분노마저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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