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by 강석우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백남준이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직원이 보니 유치원생이 크레파스로 장난친 것 같은 그림이었다.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 직원은 파격적이고 첨단적인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희극인 고 이주일 씨는 길거리에서 싸구려 옷을 사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주일 씨 같은 분이 입고 다니는 옷이니 비쌀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연예계의 젊은이들이 옷을 바꿔 입자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주일 씨가 서슴없이 바꿔 입으면 후배들이 그랬다나 “횡재했다”라고. 그러면 속으로 “내가 횡재했다.”라고 했다고 한다.


옛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골동품상에 가서 진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보면 다른 물건이 맘에 드는 척 가격을 물어보다가 “이것을 사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이거나 사자”라고 하면서 진짜 사고 싶었던 물건을 발로 가리키며 “이것은 얼마요?”한다고 한다. 문제는 안목이다. 흥정하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 물건의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힘. 그럴 능력이 없으므로 비싼 가격이면 좋은 것처럼, 상품을 만드는 회사 이름에 따라 좋은 상품인 것처럼 여기고 추종하는 것은 아닌가 반성할 일이다.


동생 친구가 가죽 지갑을 선물했다. 아무런 상표도 붙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의아하게 쳐다봤더니 동생이 옆에서 거든다. “거기에 상표만 붙으면 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리는 거야.” 그 지갑이 백화점에 납품되는 상품이었다. 십 년 넘게 잘 쓰다가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어디 물건뿐일까. 사람도 그렇다. 흔히 그 사람의 지위, 입고 있는 옷, 타고 다니는 차, 사는 집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진짜 사람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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