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ympathizer Jun 17. 2019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기브 앤 테이크>, 애덤 그랜트

난 우리 회사의 의장님이기도 하신 신영준 박사님을 7년 전에 알게 되었다. 나와 박사님은 당시 NUS에서 각각 학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우리는 같은 페이스북 그룹에 속했기 때문에 난 간접적으로나마 박사님의 한인 대학원생 모임 활동을 지켜볼 수 있다. 신박사님은 대학원생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행사와 모임 등을 추진하셨는데 학부생이었던 난 모임에 참여한 적은 없었지만 박사님의 열정은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 전,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신박사님과 같이 박사생활을 했던 경험을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신박사님은 자신이 애써서 얻어낸 연구 데이터를 같은 연구실의 다른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주었다고 한다. 그들 연구에 활용하라고 말이다. 또 놀라웠던 것은 논문의 대표저자에 대한 아무런 욕심이 없으셨단 것이었다. 자신이 1저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박사님은 논문 1저자 자리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사생에게 양보했다. 논문 실적은 박사과정 학생에게 성과 그 자체이다. 그 글을 쓴 분도 자신이 그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사과정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조차도 신박사님이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양보하는 모습이 너무 놀라웠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에서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세 종류의 사람을 소개한다. 바로 테이커, 기버, 그리고 매처이다. 테이커는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 세상을 경쟁의 장으로 보고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버는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한다. 타인에게 중점을 두고 자기가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매처는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란 호의를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신박사님은 기버였다. 그것도 아주 엄청난 기버였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사실 신박사님이 기버라는 건 박사 생활때 뿐 아니라 삼성에 다니실 때 등 많은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삼성에 근무하실 때는 후배들의 보고서를 직접 써주시기도 하고, 자기계발 수업을 듣는 동료들한테 일은 자기가 할테니 무조건 칼퇴를 시키는 등. 깜짝 놀랄만큼 타인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준 분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흔히 3가지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바로 능력, 동기, 그리고 기회이다. 애덤 그랜트는 여기에 추가로 한 가지 요소를 제안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다.


기버는 겉으로 보기에는 손해를 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무조건 퍼주고, 자신은 취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 중엔 기버의 비율이 높다. 타인의 신뢰를 얻고, 인적자산을 쌓으며 조직이나 그룹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가기 때문이다. 기버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시너지를 잘 내고 다른 사람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팀 전체의 수준을 높인다. 그리고 이 덕분에 기버는 자연스럽게 리더로 인정받고 높은 지위에도 오를 수 있게 된다. 


기버는 주목받으려 애쓰지 않지만 근성 있게 연습한다. 기버는 테이커와 매처보다 더 열심히, 오래 일하는데 팀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버는 몰입 상승에 덜 취약하다고 한다. 몰입 상승이란 매몰 비용에 연연한 나머지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것에 계속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현상이다. 테이커는 남들의 시선과 평판을 과도하게 신경쓰기 때문에 한번 투자를 한 프로젝트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발생하더라도 계속 돈을 투입하는 경향이 높았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은 기버보다 떨어졌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테이커나 매처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많지 않아도 이런 기버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조금이나마 조화롭고 협동적이 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반성을 했다. 일을 하다보면, 그리고 무언가를 바쁘게 하다보면 남을 신경쓰기가 점점 쉽지 않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내가 오늘 해야할 일도 끝내지 못했고 당장 내 시간도 부족한데 남을 도와준다는 건 사치 같아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엔 선한 의지가 있었어도 결국 시간이 갈수록 이기적이 되어가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타인을 돕는 데에 소홀해지게 된다.



기버가 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매력적이었지만 난 이 책을 읽고 기버가 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엄청난 기쁨을 느낄 수 있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충만한 삶인지, 새삼 잊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매 순간 어떤 일에서든 조금 더 기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많이 베풀어서 그들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우리 주변에 만연하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병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