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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un 21. 2019

남자들이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마다한 이유

두려움은 언제나 무지에서 샘솟는다.

미국 스키드모어 대학교에서 한 실험을 했다.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호감도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의 시작에서 연구진은 20대 남성 참가자들에게 한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과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첫인상을 평가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남성은 그 여성을 매력적이며 성격까지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이어서 남성 참가자들을 두 팀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끔찍한 죽음에 대한 글을 쓰게 했고, 다른 그룹은 떨리는 면접에 관해 글을 써야 했다. 짧은 글쓰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같은 여성과 다시 4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 참가자에 대한 남성들의 호감도는 글을 쓰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끔찍한 죽음을 상상했던 첫 번째 그룹 남성들은 여성을 처음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했다. 자기중심적이고, 노출이 많고 배려심이 없다는 이유 등이었다. 반면 긴장되는 면접을 생각했던 참가자들은 여성에 대한 호감이 오히려 커졌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정답은 '죽음'에 있었다. 끔찍한 죽음에 대해 쓴 참가자들이 아름다운 여성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는 죽음과 성적 욕구에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는 다른 고차원 존재로 여기고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즉,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매력적인 여성이 나타나 성적 욕구를 자극하면 자신의 동물적 본능은 더 또렷하게 각인된다. 거북한 느낌이 더해지기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털어버리기 위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부정하게 되고, 이는 결국 매력적인 여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 섹스와 죽음은 같다. 둘 다 직접 드러내 놓고 말하기를 꺼린다. -베커, <죽음의 부정>에서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음에 대한 불안감은 죽음과 관련된 어떠한 것에서도 멀리 벗어나려는 회피 경향으로 이어진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기 전에 일련의 심리적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처음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부정한다. 그러다 왜 하필 자기에게 이런 비극적인 운명이 닥쳤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한다. 그다음엔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 극심한 우울에 빠진다. 그렇게 결국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은 죽음의 5단계로 불린다. 

죽음을 회피하는 인간의 본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안티에이징 산업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미래에 불치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서 줄기세포를 저장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줄기세포은행 시장은 4년 이내에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멸과 영생은 미디어에서 언제나 인기 있는 소재로 등장한다.    

영화 아이 오리진스(I Origins, 2014)에서는 홍채 패턴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환생과 영속의 가능성을 그린다.

하지만 죽음을 회피하는 문화는 죽음을 더욱더 불편하고 어색한 주제로 만든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 죽음에 대한 주제는 금기시된다. 여기에 언론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살인이나 자살 사건, 자연재해 소식 등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한층 더 부정적이고 끔찍한 것으로 만든다.  

◇ 죽음을 피하는 것이 과연 해답일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최소화하면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죽음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심리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높여 우리를 여러 원치 않는 행동으로 이끈다. 그중 하나가 과도한 소비다. 최근 시청한 죽음에 대한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 현재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자신이 잘 살아왔는지,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불확신이 증가하는 것이다. 소비는 일시적으로 자존감을 올리는 데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쓰인다.  

죽음을 심층적으로 다룬 EBS 다큐프라임 'Death'


또한 공포 관리 이론에 따르면 끔찍한 죽음을 생각하면 이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자신과 공통점이 덜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을 피폐화시킨다. 


나 역시 죽음에 대한 불안이 치솟던 시기가 있었다. 20대 중반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시간은 내게 너무도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 사라졌다는 사실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를 이루고 죽어야 하는데 내게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그럴 수 있을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결국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이란 게 강박처럼 날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해왔다. 때로는 모든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게 된 것은, 어쩌면 죽음 이후에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믿게 된 때부터였다. 죽음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인간이란 존재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기엔 너무나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사라져 없어질 거란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치열하게 씨름한 결과 죽음에 대해 좀 더 성숙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 우리가 태어났을 때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가 언젠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존적 고민은 내가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철학자들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언론에 흔히 나오는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죽음을 떠올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불안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좋은 죽음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이타적이게 되고 삶에 대한 의지도 강해진다. 한 실험에서 긍정적인 죽음에 대한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부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한 사람들은 운동도 더 열심히 했다.  


인터스텔라에서 머피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고단했던 삶을 평온하게 마무리하는 장면은 영화를 본 후에도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종체험을 통해 죽음을 간접 경험하고 유서를 써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스 카페 (Death café)에서는 죽음에 대해 의식적으로 얘기하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맞설 힘을 키운다. 

죽음에 대한 담론도 예전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죽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는 색다른 소재와 임팩트 있는 메시지로 매회 7천 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자. 죽을 때까지 이야기하자.


임종을 코앞에 둔 시점에선 이렇게 말하라. “사랑해요. 꼭 좋은 곳으로 가실 거예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평안히 가세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中


호스피스 간호사 샐리 티스데일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에선 죽음의 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가장 자세한 안내서이자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에세이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죽음이 눈앞에서 가감 없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티스데일은 수십 년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불필요한 포장도, 근거 없는 낙관도 없다.

이 책에서 죽음은 손에 잡힐 듯이 생생히 다가온다.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던 죽음에 대한 통념이 산산이 부수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죽기 직전 우리는 삶과 그 어느 지점의 경계에 머문다.  

#죽음은 결코 두렵고 허무한 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죽음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무의식적으로 죽음과 이와 관련된 감정을 얼마나 멀리했는지 부끄럽게 깨달았다.


# 저자는 상실의 슬픔을 억누르는 문화를 비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침묵을 존중해 줄 의무가 있다.

티스데일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죽음을 대비해 죽음 계획서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심지어 시신을 처리하는 다양한 방법까지. 죽음에 대한 관점의 지평선이 끝없이 확장되는 드문 체험이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듯, 우리네 인생도 흘러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린 눈송이가 쌓이고 쌓여서 견고하게 대지를 덮는다. 개개인은 변화의 잔물결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거대한 파도이다. 우리는 무한히 깊고도 영원한 바다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높이 치솟았다가 초연히 스러진다.

전문가의 경험을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 목격하고 부정하고만 싶었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북받치는 감정 때문에 책 읽기를 중단해야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죽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궁극적으로는 달콤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 책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해답을 제시해준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마존 리뷰 中


지금 이 순간, 우리와 가장 멀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죽음을 흔들림 없이 직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http://bitly.kr/2rs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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