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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ul 02. 2019

재능이란 허상은 아직 충분히 부수어지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재능이 넘치는 룸메이트가 있었다. 그 친구는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서 악보를 보지도 않고 피아노를 쳤고, 외국어 능력도 뛰어나서 독학으로 5개 국어를 배웠다. 공부 또한 잘해서 시험기간에 벼락치기로 며칠 밤을 새워서 반 1등을 하는 그런 아이였다. 매일 책상 앞에 달라붙어서 죽어라 공부를 한 끝에 겨우 반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난 그 친구를 보면서 처음 재능이란 이런거구나라ㄱ 생각을 했다.


15년이 지난 후, 우리는 매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물론 그 친구는 아직도 똑똑하고 재능이 많다. 하지만 공부가 싫어서 대학을 가지 않았고 지금에서야 그것을 후회하고 대학을 간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에 검정고시를 준비했었는데 수학이 어렵다며 얼마 간 공부를 하다 포기해버렸다. 난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본인은 재능이 뛰어나서 노력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친구는 그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열등감과 자기비하라는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야말로 재능을 바닥에 굴러다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우리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인정하지만 가슴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노력이 선천적인 재능보다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프로필을 보고 전문가의 역량을 측정하게 하자 노력형보다 재능형을 더 높게 평가했다. 아직도 우리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 재능형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고용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릿>에 나오는 성취와 재능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사실 우리가 얘기하는 재능이란 건 매우 모호한 단어이다. 특정 분야에 대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일 수도 있고, EQ나 IQ 같은 지능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어떤 분야에 대한 흥미를 뜻할 수도 있다. 우리가 재능의 척도로서의 IQ를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른 마음>의 조너선 하이트는 Q는 지능의 척도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와 논리를 떠올리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재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재능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난 재능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어떤 도구라고 생각한다. 우리 각자에게는 어떤 도구가 주어졌고 이 도구의 쓰임새는 천차만별로 다르다. 이 도구의 가치를 사용자가 발견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활용하지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무리 좋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켜지 않는다면 바이올린은 썩어갈 것이다. 바로 이때에 노력이 개입하는 것이다. 노력이 더해져야 바이올린을 켤 수 있는 기술을 갖추게 되고 그 기술을 연마해서 곡을 연주하고 공연을 열 때 비로소 성취라는 산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재능 X노력=기술

기술 X노력=성취


인생은 어떻게 보면 성취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상업적인 것이든 아니든 우리는 끝없이 무엇을 성취하도록 만들어진 존재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무의미한 이 세상 속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성취를 함으로써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고 그래야만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울타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잠재력에 비하면 우리는 반쯤 졸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불은 사위어 가는데 공기구멍은 거의 닫혀 있는 상태와 같다고나 할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신적, 신체적 능력의 아주 일부분만 활용하고 있다."

<그릿> 中


숨어있는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력과 끈기라는 그릿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릿은 작은 것들을 끊임없이, 정확하게 장인정신을 가지고 연마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결국 인간의 빛나는 업적은 평범해 보이는 무수한 개별 요소의 합인 것이다. 


대교와 함께하는 씽큐베이션 2기 '내 안의 잠재력 끌어내기' 첫번째 도서 <그릿>


#씽큐베이션 #대교 #체인지그라운드 #사회공헌 #내 안의 잠재력 끌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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