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不能說的秘密, 2007)
주걸륜, <황후화>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대단히 잘생긴 것도 아닌데, 뭔가 매력이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내가 “주걸륜 좋아!”를 외쳤더니 친구들이 추천해 준 영화. 잠들기 전에 보면 행복한 꿈을 꿀 것 같은 영화. 영화의 줄거리와는 별도로 OST와 로케이션 장소가 참 아름다워서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배경이 아마도 대만 어느 소도시 같은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이상적이다. 고즈넉한 해변가, 해변 도로를 따라 들어선 아담하고 소박하고 깔끔한 집들, 느긋한 얼굴로 단골손님을 맞이하는 시장 상인들, 그리고 예술학교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아늑한 조명과 화사한 꽃들이 어우러진 여주인공 샤오위의 방, 그리고 음악 CD와 책들이 앤틱 풍의 가구에 가득 담겨 있는 남자 주인공 주걸륜의 집. 영화 속 학교 건물, 집의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어찌나 맘에 드는지, “내 집, 내 방도 저렇게 꾸며야지!”하는 야무진 꿈을 야무지게 꾸다가, 돈이 엄청 들겠다 싶어 바로 포기. 사람이 나이 들면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어쨌거나 영화 속 풍경은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정지된 가상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똑같은 건물, 학생들 교복, 자연과 마을의 풍경이 그대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년을 뛰어넘어 사람들 사이에서 교감이 가능한 것은 영화 속 시간이 상당 부분 자연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개발’이라는 근대화 논리에 습격당하지 않은 시간, 그 인간화된 시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던 그 독특하고 고립된 공간 안에서 주인공들이 시간을 뛰어넘어 인간적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영화 속 비밀은 주인공의 마법에 유효기간이 걸려있다는 점에 있다. 그것이 고전 동화와 이 현대 동화와의 차이점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비밀의 문과 같은 옛 음악실이 졸업식날 해체될 것이라는 설정, 그것이 이들의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현대판 동화엔 어딘가에 꿈을 팍 깨 주는 장면이 클리쉐처럼 삽입되는 경우가 많다. 관객들로 하여금 동화 밖의 현실과 오버랩하게 하는 짓궂은 조작은 대개 마지막 부분에 이뤄진다. 음악실이 “빨리 서두르라”는 인부들의 외침과, 무지막지한 기계들의 소음 속에서 난폭하게 해체되는 장면이 주인공들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예고로 이어진다는 게 아주 독특하고도 흥미로웠다. 이 영화의 감독, 참말로 재주꾼이다.
2011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