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무섭게 짖어대는 매미 소리에 틈이 생기면, 가을을 예감하는 냄새가 코를 스칠 때가 있다.
한낮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숨이 턱하고 막히는 대기의 압박에도, 가을은 언제나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 우연히 흘러든 북녘의 차가운 공기일 수도 있고, 풀벌레 소리의 멈춤에 끼어든 정적일 수도 있고, 지나가던 산새들의 지친 날갯짓일 수도 있고, 작은 폭포에서 튀어나온 물방울의 차가운 촉감일 수도 있다.
여름의 중간에, 가을은 곧 돌아온다고 그렇게 한 번씩 신호를 보낸다.
그런 가을의 독촉이 잦아지면, 먼저 지쳐버린 잎새부터 색깔을 떨군다.
그러면 영원할 것 같은 여름의 예기(銳氣)은 뭉툭해지고, 아침저녁을 먼저 가을에 양보한다.
가을의 마음이 일어나면, 한구석으로 밀려났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조각조각 살아난다.
그 한 조각의 기억으로도 사무치던 추억은, 세월을 머금고 빛바랜 모습으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아직도 세상에 끄달리던 욕망이 가을을 핑계 삼아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틈을 들킨 한여름의 하루가 끝나고, 격렬했던 낮의 하루가 고요한 침묵으로 산사를 덮으면, 어둑한 도량에 이름 모를 산새의 울음소리만 먹먹하게 하늘에 퍼져나간다.
그렇게 산사(山寺)는 먼저 가을을 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