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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Sep 18. 2022

13. 감정(感情) (2)

- 감정의 속성

감정 자체는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감정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인간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런 감정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존재한다.     

첫 번째, 감정을 느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주관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감정을 느끼는 기준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고 감정의 크기도 다른데, 이런 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데 틀어짐이 발생하며 수많은 오해를 일으키게 한다. 또한 이런 차이는 자기 자신을 오해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한다.

좀 더 살펴보면, 좋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과는 달리 어렸을 때 학대를 받는 것과 같은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감정을 일으키는 지점이 찌그러지고 왜곡되어 제대로 된 감정을 갖질 못한다. 이렇게 왜곡된 감정은 왜곡된 행위를 유발하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인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어떤 경우 당연히 싫어야 할 감정을 좋아하기도 하고 당연히 좋아아  할 감정을 싫어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마다 감정의 역치(閾値:감각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 자극의 세기)는 다르고, 감정의 왜곡은 욕구의 왜곡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정제되지 못한 욕구, 욕망은 왜곡된 감정을 통해 자신을 정당화시킨다.     


두 번째, 감정은 제 생각이나 의지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은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나 의지 이전의 마음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멈출 수 없고, 분노가 멈췄을 때 분노했던 자신을 알아차리기도 하고,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으로 감정을 멈출 수 없다. 이렇게 멈출 수 없는 감정을 생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 감정의 사용은 많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수의 경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자신의 감성에너지를 외부로 분출시켜야 하고 그 에너지가 대중들에게 공명을 일으켰을 때 청중은 감동한다. 그저 음률과 음정을 맞춘다고 해서 청중들이 감동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 그 말은 감성을 계속해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가수들의 전성기가 대부분 에너지가 많은 젊은 시절인 이유이다. 그래서 개중에는 나이를 먹어서 잘 일어나지 않는 감성을 억지로 짜내려다가 건강이 상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괴감이 들기도 하며, 그래서 결국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지해서 감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가 망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네 번째, 결국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감정은 인연에 의해서 일어나고 사라진다. 이렇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감정이 왜 영원하지 않은지 고민하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일이다. 감정의 속성은 이런 것이고, 만약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인간은 수많은 감정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이 있다. 사랑할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당사자들의 사랑만이 지고지순하며 영원할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소수의 현명한 사람만이 육체적이면서 감정적인 사랑을 정신적이면서 이성적인 사랑으로 대체해 나간다. 대부분은 서로의 육체와 감정에 매달리다가, 육체의 매력이 사라져서 감정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사랑도 같이 끝난다.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워하면서 고집으로 관계만 유지해 나가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럼 이렇게 주관적이고 직관적이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로 쉽게 조절할 수도 없으며, 영원하지도 않은 이런 감정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그것은 욕망에 기반하여 나타난다. 자신의 욕망에 맞으면 좋다고 느끼고, 욕망에 맞지 않으면 싫다고 느끼며, 욕망에 걸리지 않으면 좋지도 싫지도 않다고 느낀다. 이 세 가지 감정의 수용방식 즉, 좋음, 싫음, 좋지도 싫지도 않음은 자신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감정의 좋음은 생각의 옳음으로, 감정의 싫음은 생각의 그름으로, 감정의 좋지도 싫지도 않음은 생각의 옳지도 그르지도 않음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옳고 그름의 문제는 지극히 주관적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다. 주관적 감각과 더불어 주관적 감정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주관적인 생각들은 ‘자아(自我)’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아는 다시 좋음과 싫음을 기초로 해서 사랑과 미움의 감정을 만들어내고, 이 애증(愛憎)에 의해서 사람들은 집착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애증은 인간사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괴로움의 원인인 애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명상의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보통 느끼는 행복은 감정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다. 감정이란 즐거움의 원인이기도 하고 괴로움의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즐거움은 계속 유지하려고 하고 괴로움은 빨리 없애려고 한다. 이렇게 유지하거나 없애려는 마음에 집착하는 마음이 괴로움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어나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쁠 때 기뻐해야 하고, 분노할 때 분노해야 하며, 슬플 때 슬퍼해야 하며, 즐거울 때 즐거워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쁨에 빠져, 분노에 빠져, 슬픔에 빠져, 즐거움에 빠져 있지 않아야 한다. 단지 느낄 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 자신이 감정 그 자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감정에 빠지지 않고 감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야 한다.’ 이 말은 분노가 일어났을 때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에 휩싸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낼 뿐, 화가 나서 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감정은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윤활유 같은 존재이다. 감정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휩싸여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처해있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감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그런 좋지 않은 상황으로 자신을 내몰지 않을 수도 있다.      


감정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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