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 후엔

by Monked

출가는 가족을 버리는 행위를 포함한다.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깨달음을 위해서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들어간다. 세상을 버리는 행위 안에는, 부모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고 연인도 버린다. 깨달음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아직 깨닫지 못했기에 확신은 없지만, 그리고 깨닫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출가자들은 어찌 보면 무모하게 세상을 등진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출가란 참으로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가족을 버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에게 아픔을 남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말하는 행복은 세상에서 욕망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연애, 결혼, 성공, 돈, 명예, 이익 등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작은 행복이더라도 그 행복은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의미한다. 보통 욕망 안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이고, 욕망을 버리는 행복을 구하지는 않는다. 누구도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욕망을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승복을 입는다는 건 욕망과 다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다른 의미론 자신을 세상에선 죽여버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더구나 세속적인 행복은 세상에서 구하기 좋은 것이지 깊은 산속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내모는 걸까? 도대체 깨달음이 무엇이길래 고행의 길을 택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절실한 그 무엇이 나를 출가라는 길로 택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가를 하고 나서도 세속의 꿈을 꿀 때가 간혹 있었다. 꿈에 나오는 대상은 보통, 나를 아껴주던 부모님과 다정한 친구들, 그리고 헤어진 옛 여자친구이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따뜻하고 편안한 침대가 그리워지고 끼니마다 차려주는 어머니의 풍성한 음식이 떠오르고, 친구들과 의미 없이 즐거운 시절이 떠오르고, 여자친구의 살결이 떠오른다.


하지만 잠이 깨면 방안의 싸늘한 공기, 입은 채 잠든 승복, 삭발한 머리, 옅은 향냄새 등에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 빨리 현실로 돌아와 새벽예불준비를 시작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일어난 욕망의 꿈들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는다. 그러면 차가운 공기의 방이 싫어지고, 입은 채 잠든 승복도 불편해지고, 삭발한 머리도 추워지고, 옅은 향냄새는 지겨워진다.

번뇌가 일어난 것이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법당에서 열심히 목탁치고 염불하는 것이다. 목이 터져라 염불을 하고 목탁이 깨지도록 목탁채를 휘두르면서, 다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왜 내가 출가를 했는지. 왜 내가 이런 삶을 택했는지.

부처님께 나의 번뇌를 그렇게 바치고 나면, 일어난 욕망이 서서히 숨을 죽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시 싸늘한 공기는 청량하게 느껴지고, 입은 승복은 편해지고, 삭발한 머리는 상쾌해지고, 향냄새는 성스러워진다.


그러면 가족과 친구와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은 단지 그리움의 기억으로만 남고, 즐거웠던 추억으로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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