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수많은 자연이 숨어있다. 특히 여름이 되면 산의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해진다. 햇살도 자신의 온갖 힘을 다 쓰는 것 같고, 여름비를 머금은 산은 풍성한 개울물을 토해낸다. 그러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휴식을 권하기도 한다. 이런 산에는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곤충과 화려한 모양의 애벌레들이 나타나고, 여러 종류의 새들이 한껏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그 소리들은 가까운 듯 멀리서 혹은 먼 듯 가까이서 들려온다.
그중에서도 한여름을 상징하는 것 같은 새가 있다. 그 새의 이름은 검은등뻐꾸기이다. 늘 경계심이 많은 이 새는 소리만 들릴 뿐 십수 년의 산중생활에도 어디에 숨어있는지 본적이 없는 새이기도 하다. 여름 결제(수행기간)가 시작하면 이 새는 산 여기저기에 울음소리를 낸다. 늘 결제를 시작할 무렵 울음소리가 시작되고,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진다. 여름이 풍성해서인지 이렇게 여름을 알리는 이 새소리는 늘 반갑고 정답다.
이 새 울음소리의 특징은, 뻐꾸기들이 일반적으로 ‘뻐꾹~ 뻐꾹’하고 소리를 내는데 비해서 이 새는 좀 특이한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호~호~호~호~’같은 4음절의 소리를 낸다. 그래서 이 새는 울음소리보다는 웃음소리같은 느낌이 든다.
이 새가 내게 특별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이 새의 소리를 처음 들은 건 출가하기 전인 처사(남자신도)일 때였다. 주말반이라는 이름으로 주말마다 지리산에 있는 수행처로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때였다. 수행처인 토담집에서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스님들과 나무를 하다가 좀 쉬던 중이었다. 온몸은 땀에 절은 상태라,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서, 그늘 밑에서 잠시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지금은 검은등뻐꾸기라는 이름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냥 산새였다) 이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전에도 이 새가 여기저기에서 울고 있었겠지만, 나의 인식에 처음 들어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도시 촌놈이라 자연의 모든 것이 신기한 시절이있다.
그렇게 새소리를 듣고 신기해하니까 스승님께서 그 새의 이름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셨다. 옆에 다른 스님들과 주말마다 같이 다니던 처사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금해했다. 곧 스승님은 새 이름이 ‘빡빡깎아’새라고 알려주셨다. 머리를 빡빡 깎으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 깎고 출가를 하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니까 그 4음절의 소리가 그렇게 들려왔는데, 출가라는 말이 싫지는 않고 오히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이후, 그 새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를 응원하는 소리로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출가를 하게 된다. 출가한 뒤에도 이 새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늘 나의 출가생활을 응원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 새가 나의 수호신으로 나를 지켜봐 주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지금 내려와 일반인으로 생활을 하는 지금도 그 여름의 새소리가 가끔 그립다. 그 소리는 나의 추억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 치열했던 나의 젊음의 기억이기도 해서일 것이다. 나의 젊음은 그렇게 불태웠기에 후회하지 않는 젊음으로 기억된다. 만약 그런 치열함이 없었다면 젊은 시절에 대한 기억은 좌절과 회한으로 기억될 것이다.
씁쓸한 건 이 새가 ‘홀딱벗고’새라고 불리는 것이다. 친구들 말에 의하면 등산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 새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단다. 똑같은 새소리를 듣고, 누구는 마음에 성스러움을 일으키고, 누구는 마음에 욕정을 일으킨다. 이것에 대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마음 한쪽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대한 끝없는 갈증에 쓴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