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나 홀로 중국 유학기 (12)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지도 어느덧 3개월이 넘었다.
이제 학교 친구들의 이름도 다 외워버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지낼 수 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 이름보다는 ‘한궈런(한국인)’으로 불렸는데 말이다.
체육 시간에는 같이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면서 친구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스포츠’가 만국 공용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 주고받지도 않으면서 어느샌가 친해져 있으니깐.
물론 어문 시간에는 여전히 멀뚱멀뚱 앉아서 시계만 보고 있다.
‘절대 엎드려 자지 않겠다.’는 과외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에
노트에 그림을 그릴지언정 잠을 자지는 않는다.
오늘은 과외수업이 있는 날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는 이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어
중국어 학습에 재미가 붙었다.
1학년 교과서에는 ‘한어병음’이 표기되어 있어서
영어 알파벳만 읽으면 모르는 한자도 읽을 수 있다.
물론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어 한자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감정이 느껴졌다. 학교 어문 수업 때는 조금의 흥미도 느끼지 못하지만
과외선생님과의 ‘과외수업’은 언제나 기대가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월반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할 걸 그랬나 보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과외선생님께서 나를 보더니,
‘OO야, 너 머리가 왜 이렇게 빠졌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가 조금 빠지긴 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탈모를 걱정할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거울로 가서 내 머리를 보았다.
그런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마에서 3cm 정도 올라간 지점의 두피가 훤하게 보였다.
최소 100원짜리 동전 하나 정도는 족히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었다.
나는 혼자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교에서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지내고,
지금 내 삶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믿었었다.
비록 일부 교과수업 때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의 극심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머리 감을 때나 머리가 빠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방 곳곳에 머리카락이 빠져있었다.
특히 책상 주변에 빠져있는 머리가 수북했다.
나는 고민 끝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요.’
철없는 생각이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께서
온통 내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실 텐데.
열두 살 꼬마가 거기까지 생각할 수는 없었다.
나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등학생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