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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Nov 17. 2020

장교 전역 후 첫 직장생활 : 어느덧 5개월

군인정신으로 해내겠습니다!

나는 5월 31일부로 공군 예비역 중위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역식도, 특별한 축하 파티도 없었다.

누구에게 서운함을 토로할 수도 없었지만

내게 한 가지 위안이 되었던 건

전역 후 약 일주일 뒤에 있었던 최종 합격자 발표였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지칭하며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했다.

전역하고 이렇게 빨리 취뽀(취업 뽀개기)한 사람이 어딨겠냐고 격려해주었다.

취업난에 코로나라는 최악의 수가 더해져 취업문이 더할 것 없이 좁아진 상태였기에 더 그러했다.

내가 다니게 된 직장은 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장이다.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고, 생각보다 꽤 괜찮은 '보수'조건도 있고

'워라밸'이 보장되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평가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분명 그러할 테다.


스물일곱.

어디 가서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 민망한 젊은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기간이

최근 5개월이다.


공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소속 부대에서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내 딴에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도 생각했기에

전역하면서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과장된 표현으로 '돌도 씹어먹을 기세'라고 하는데

내가 그러했다.


세상을 씹어먹을 각오로 세상에 나왔는데

군대물도 안 빠진 주제에 너무 거창한 포부를 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막중한 자리에 배치를 받았고,

정말 쉽지 않은 5개월을 보냈다.


다른 회사 경력이 없는 생짜 신입이 그 자리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빠른 시일 내에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정말 쉽지 않은 5개월을 보냈다.


나는 분명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랬고,

내일도 좌충우돌하는 하루를 보낼 테다.

그래도 군에서 3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진 않은 모양이다.

내 속에 어딘가 단단함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느닷없이 입사 첫날 자기소개를 했던 대목이 생각났다.

'군인정신으로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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