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신입사원입니다
정보학교에서 교관들로부터 혼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장황하게 늘어놓는 변명'이나 '거짓말' 때문에 혼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혼나기 싫어서, 또는 당장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자신을 변호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음으로써 내가 그런 잘못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며 내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단번에 내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누군가 내 잘못을 지적할 때 ‘오. 나도 몰랐던 내 잘못을 발견하고 또 알려주다니, 정말 좋은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대부문의 경우 '지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식의 반응을 보이거나 '내가 처한 상황과 조건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그렇게 장황한 변명을 들은 상대방은 내 입장을 공감해주거나 운이 좋으면 내 잘못에 대해 '정상참작'을 해줄 여지까지 있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더 이상 그런 대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은 내가 처했던 상황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결과에만 집중할 뿐이다. 특히 정보학교에서는 교관들로부터 '왜 이 정도 수준밖에 못해?'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그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실은 제가 어제 두통이 있어서.'
'저장했던 내용이 갑자기 다 날라가서.' 등 온갖 변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교관들이 '왜~?'라고 물어보는 것은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질문을 액면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 이 정도 수준밖에 못해?'라는 건 '잘 좀 해라. 제발 좀!'이란 뜻이다.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은 '죄송합니다. 다음번 보고 때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잘하도록 하겠습니다.’가 되겠다.
학창 시절 '저기 쓰레기 좀 주워라'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에게 '제가 안 버렸는데요?'라고 대꾸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아라. 바로 귀싸대기가 날라올지도 모른다. 설령 내가 버리지 않았더라도, '네! 알겠습니다.' 한 마디면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다.
거짓말 역시 마찬가지이다. 군대에서 상관에 대한 거짓말은 단순한 거짓말에서 끝나지 않고 '허위 보고 및 지시사항 불이행'으로 징계 사항이 된다. 따라서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받더라도 어설프게 '아는 척'하기보다는 '확인 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괜히 아는 척하고 넘어가면 당장 그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훗날 그 거짓말이 들통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도 없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군대에서 '거짓말'은 금물이다.
장교라면 적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혼나는 게 무서워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그런 겁쟁이들에게는 '장교의 길'을 걷지 않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