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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Mar 20. 2020

ISTJ유형 인간에게 '팀플레이'란?

필승! 신입사원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실시했는데 내가 ‘ISTJ(세상의 빛과 소금형)’ 유형의 인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에도 몇 차례나 검사 기회가 더 있었는데 줄곧 ‘ISTJ 유형’으로만 결과가 나왔다. 나는 어쩔 수 없는 ISTJ 인간인가 보다.


인터넷에서 'ISTJ 유형 인간'에 대해 적나라하게 묘사한 내용을 찾아 첨부해보았다.

내용을 보고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분석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정리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 이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차라리 모든 부분을 내가 도맡아 하는 편을 선호한다. 나라는 인간은 내가 좀 더 고생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고자 하는 그런 인간이다.


이런 내 성격 탓에 대학 생활 동안 숱하게 겪었던 팀플레이(조별과제)는 스트레스일 뿐이었다. 상대방에게 역할 분담을 해주는데 익숙지 않았고, 설령 역할을 분담하더라도 ' 사람이  역할을  해낼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섰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두고 '오만방자'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이게 ''인데. 또한, 남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줬지 피해를 끼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도움은커녕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음 운동부 학생에게도 'A 학점'을 선물해줬던 나였으니깐.


그래서인지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나는 '팀플레이로부터의 해방이다.'라는 기쁨과 환희에 차 있었다. 그런데 정보학교에서 다시 한번 나에게 '팀플레이의 악몽'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정보학교에서의 브리핑 자료 작성과 브리핑은 팀플레이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2인 1조로 구성된 팀이었고, 교관들이 임의로 정해준 조대로 팀 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정확한 팀 선정 기준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1등'과 '꼴등, '2등'과 '뒤에서 2등' 이런 형태로 조를 지어준 거로 보아 추측건대 두 사람의 평균성적을 맞춰서 조를 결성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내 성적이 2등이었는데도 꼴등이었던 형과 조를 이루어 협동하게 되었다. '쇼부'를 외쳤던 바로 그 형이었다.


모두에게 생소한 주제였기 때문에 서로의 협력이 절실했다. 우리는 먼저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고 우선 브리핑을 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먼저 만들기로 했다. 우리 조는 두 가지 주제로 브리핑하기로 했고, 서로 주제를 하나씩 담당하여 자료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90% 정도 완성했을 때 얼마나 했어요?’라고 물어보니 ‘아직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 구상 중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적으로 '내가 거의  만들 동안  형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믿고 맡겨보기로 했다. 나는 '그럼 만들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


한 10분 정도 뒤에 돌아왔는데 이 형이 태평하게 '일본 소설'이나 읽고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뭐해요?'

'머리  식힐  잠깐   읽고 있었지.'

'만든    봐봐요.'

'아직 제목밖에  적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작 제목 하나 만들었다니.


이 형만 믿고 있다가는 수원은커녕 수도권도 못 가게 생겼다. 하는 수 없이 두 번째 주제도 나눠서 만들기로 했다. 또다시 몰두해서 자료를 작성하고 있는데,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형을 발견했다.

내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형을 툭툭 치면서 이야기했다.

 심하다는 생각  들어요?’ 형은 깜짝 놀라면서 깨더니, ‘미안미안깜빡 잠들었네?’라며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팀플레이의 폐해인지, 아니면 그 형의 잘못인지. 그것도 아니면 형을 잘 이끌어가지 못한 내 잘못인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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