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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Mar 26. 2020

편한 곳을 마다하고 힘든 길을 가게 되다

필승! 신입사원입니다

4주간의 교육과정도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보학교에서의 수료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 대망의 배속지 리스트와 성적 공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학과장에 모여 배속 계획 최종본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난번에 '쇼부' 위해 모였던   봤던 계획이랑은 크게 다른 내용이었다. 일단 수원이  자리가 아니라   자리밖에 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우리끼리 '너는 어디 가고, 나는 어디 가고..' 이렇게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진짜가 아니었던 내용이니깐. 우리끼리 했던 합의가 쌩쇼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이어서 대망의 성적 공개 시간이 되었다. 1등이었다. 1등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충분히 기뻤지만, 배속지를 골라갈  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했다. 나에게 우선권이 있는 거니깐. 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물론 '수원 가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  생활만 30년을  교관이 '수원'  자리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알고 보니 예비군을 훈련하는 직책으로 나온 자리가 수원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여기는 꿀도 아니고,  뭐라고 할까. 로열젤리에요.' 나는 흔들렸다.   같은 수원인데  곳은 정보인으로서의 고된 삶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곳은 이른바 ‘꿀보직'이니깐. 수도권에서 일하면서 꿀보직을 경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자리는 3년에 1번밖에 나지 않는 희소성이 강한 자리였다. 고민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수원 정보처에서 일하고 있는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번에 내가 1등 해서 골라갈  있는데 고민이 있어..'

 이야기를 들은 형은 무조건 꿀보직으로 가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자기 밑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제 점심 식사만 끝나면 배속지를 고르게 된다.  3 안에 3년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나는 결심했다. 꿀보직의 자리를 차지하기로.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3 정도 뒤에 찾아올 것이다. 그때 과정장이 들어와 이야기했다. '누가 수원이래, 진주야 거기? 그게 무슨 소리지. 그는 수원이 아니라 진주라고, 착오가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 어쩔  없이 안전빵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1지망에 수원비행장을 쓰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 '지망'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등을 차지해 우선권이 있던 나로서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  내가 가게  곳이었으니
. 그리고  꿀보직은 진주 인근에 위치한 ‘창원' 거주하고 있던 친구가 가게 되었다.


모든 선택 과정이 끝나고 학과장이 이야기했다. '다시 연락이 왔는데, 진주가 아니라 수원 맞대.’ 라고, 조금의 미안한 기색도 없었다. 아니, 웃고 있었다. 어쩌면 장난으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소중한 3년이 누군가에겐 장난거리밖에  된다니. 결국 창원에 살던  친구도 '진주' 아닌 '수원' 가게 되었고,  역시 꿀보직을 두고 힘든 수원비행장에 가게 되었다. 죽어라 공부했는데, 편한 곳을 마다하고 힘든 곳을 찾아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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