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여행에서 먹은 것들

나고야 여행기

by 시적허용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극P도 하루 한 끼는 계획하는 법.

나고야에서 먹은 이것저것.




미소카츠

야바톤


나고야 대표 음식 미소카츠. 돈카츠에 붉은색 된장 소스를 얹은 요리다. '나고야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 미소카츠는 '야바톤'이 유명하다. 돈가스든 돈카츠든 원래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탓에 1순위로 꼽은 음식이다.


워낙 유명한지라 나고야 곳곳에서 야바톤을 볼 수 있다. 원래는 야바톤 야바쵸본점을 가려했으나, 시간도 늦었고 너무 배고파서 거기까지 갈 힘이 없었다. "근처에 가까운 야바톤이 어딘가요?"라고 호텔 체크인하면서 냅다 물어봤고, 그렇게 간 곳이 야바톤 사카에 센트라이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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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석을 안내받았다. 주방이 바로 보이는 자리다. 언뜻 야바톤을 검색했을 때, '연기가 피어오르는 돈까스'를 SNS 어딘가에서 봤건 게 생각나 '철판 등심 미소카츠'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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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나오면 소스를 직접 뿌려준다. 철판의 연기가 엄청나다. 된장 소스가 올라간 탓에 바삭함은 한 풀 꺾인다. 된장 향 자체가 부담스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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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들어오면 그 인상이 강렬하다. 육향이 강하고, 육질이 탄탄하다. 튀김옷 안에 감싸진 고기가 그 존재감을 숨길 생각이 없다. '고기가 튀김옷을 걸쳤다'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고기의 질과 향이 강해 소스나 튀김옷에 잡아먹히지 않는다. 첫 입부터 잔향까지 고기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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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의 엄청난 기세에 비해, 철판 위 양배추는 생각보다 익지 않는다. 양배추 전처럼 되길 바란 건 욕심이었나 싶다. 약간 익은 양배추는 소스랑 버무려 먹었다. 개인적으로 고기와 양배추는 따로 먹길 권한다. 함께 먹으면 그 합이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각각을 살려주는 모양새는 아니다. 메시와 네이마르 투톱 느낌이랄까.


나는 괜찮았는데, 사람에 따라먹다 보면 느끼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앞에 놓인 시치미를 곁들여 먹어도 맛을 해치지 않는다.


옆 테이블을 보니, 철판 말고 두 가지 종류가 같이 나오는 메뉴를 많이 먹는 것 같았다. 한 입 뺏어먹고 싶었다. 다음에 무조건 또 가고 싶은 집.


https://maps.app.goo.gl/pvHb2bTJoiQ5fEX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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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토스트

콘파루


미소카츠와 마찬가지로 나고야 필수 음식. 나고야 사람들은 아침에 카페에서 오구라 토스트를 먹는다고 한다. 오구라 토스트는 두툼한 식빵을 구워 그 위에 팥과 버터를 얹어 먹는 음식이다. 음식인지 디저트인지는 모르겠다.


'코메다 커피'가 가장 유명한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가다 보니 괜히 청개구리 심보가 생겨 다른 곳을 가보고 싶었다. 호텔 카운터에 '코메다 커피 말고 오구라 토스트 맛집'을 물어봤고, 그래서 간 곳이 콘파루다. 사카에역 안 어딘가에 있는데, 길을 헤맨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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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토스트를 달라고 하면 모닝 세트로 나올 줄 알았는데, 진짜 토스트만 나왔다. 당황해서 커피를 추가로 시켰다. 멍청이는 또 돈만 나가지.


음식은 너무 단출하다. 버터향이 강하지 않은 탓에 팥 토스트 먹는 느낌이다. 익숙하고 특별하지 않은 맛이었다. 아이스커피도 무난하다. 진하거나 깊은 맛은 아니고, 더치커피 베이스에 크림이 함께 나온다. 옅은 편의점 커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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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를 가라고 했을까?


https://maps.app.goo.gl/Byv1m7NpFN7GaQs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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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자야키

츠키시마몬자 오코게 사카에


일본에 간 이상, 응당 먹어야 할 음식이 몇 있다. 돈카츠가 1순위, 그리고 오코노미야키가 2순위다. 파전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에 갈 때마다 제대로 된 오코노미야키를 먹지 못한, 일종의 한 때문이다. 나고야 여행 3일 차,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오코노미야키 음식점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한 후, 한참을 걸은 후에 들어간 곳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츠키시마몬자 오코게는 도쿄에 본점을 둔 몬자야키 전문점이다. 대충 철판에 어질러진 밀가루 반죽이면 당연히 오코노미야키인줄 알았는데. 몬자야키라는 음식의 존재조차 모르고 들어갔다.


그저 조금 독특한 오코노미야키인줄 알았다. 오코노미야키에 뭘 더 얹은 음식정도로 생각하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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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이 가지고 온 반죽이 너무 묽었다. 쎄함을 느꼈는데, '웨얼 알유 프롬'이라며 말을 걸어온 종업원과 (서로 열심히) 대화하느라 반죽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저, '오래 구우면 오코노미야키가 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반죽이 아주 묽은 탓에 종업원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현란한 손짓으로 요리한다. 적당히 점도가 잡히면 위에 바질인지 김인지 모를 무언가를 뿌린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묽직한 반죽을 두고 '피니쉬'라며 종업원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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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자야키가 무엇인지 검색해 본 건 바로 이 타이밍이다. 주문보다 검색이 늦은 나는 P로 물든 여행자.


맛은 묘하다. 일본식 어죽을 철판에 부어 먹는 느낌이랄까. 묽은 흰 죽을 생각하면 점도가 비슷하다. 작은 주걱으로 떠먹도록 주는데, 묽은 탓에 잘 떠지지 않는다. 철판이 계속 뜨거워서 입안을 데기 일쑤다. 조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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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보단 안주에 가깝다고 느꼈다. 오코노미야키는 끼니로 먹기도 하는데, 이건 글쎄. 끼니로 만족하긴 어려울 거란 생각이다.


4분의 1 정도 남았을 때 전부 뒤집어 얇게 바닥에 부쳤다. 점도가 짙어져 한 술 뜨기도 편하고 식감도 좋았는데, 간이 짜진 탓에 이 또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호불호가 아주 강할 듯한 음식. 이번에도 오코노미야키(?)는 실패다.


https://maps.app.goo.gl/Rbnnu6HkGyDdCG5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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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츠마부시

마루야


마지막 날엔 히츠마부시를 먹겠다는 다짐은, 여행 전체를 통틀어 몇 안 되는 계획 중 하나다. 단호한 계획치곤 예약이란 방법 자체를 생각하지 못해 꽤나 고생했다. 가장 유명한 히츠마부시 맛집을 무턱대고 찾아갔다가 2시간 30분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게 두 번째 찾아본 집까지 웨이팅이 길다는 걸 알고 난 후,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간 곳이 마루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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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앞에 긴 일본어와 함께 숫자 '30'을 발견했다. 30분 기다리라는 의미인 줄 알고 무턱대고 기다렸다. 눈치 챗겠지만, 숫자는 30명 대기라는 의미였고, 그렇게 나는 2시간 넘는 시간을 정직하게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너무나 감격하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내가 마지막 대기자였던 거다. 무식하게 기다린 사람이 나 혼자인 걸지도.

웨이팅도 참 처절했다. 일본어를 모르는 탓에, 내 순번을 불러줘도 못 알아듣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구글에 내 번호 '87'을 적고, 이걸 일본어 발음으로 계속 들었다. 하치쥬나나, 하치쥬나나.. 영화 <테이큰>에서 '굿럭'을 반복해서 듣는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마지막 대기자라는 걸 알았다면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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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츠마부시 정식을 시켰다.

개인의 자유겠으나, 히츠마부시는 먹는 방식이 따로 있다. 일단 덮밥을 4등분하여 4번에 걸쳐 접시에 덜어 먹는다.


1. 덮밥 그 자체로 먹는 방식

2. 함께 준 와사비와 김, 파와 함께 곁들여 먹는 방식

3. 2번과 같은 방식으로 곁들인 후, 물을 부어 먹는 방식(오차즈케)

4. 위 세 가지 중 원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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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렇다. 두께가 두껍진 않다. 간이 진하게 배었다. 밥도 그렇고 장어도 그렇다. 겉이 바삭해 씹을 때마다 바삭바삭 씹힌다. 살짝 그을린 겉 표면에 바삭하게 간장 맛이 배었다.


함께 나온 국은 미소가 아니라 맑은 국이다. 다시마에 버섯 향이 강하게 올라오는 맑은 국. 간간한 히츠마부시에 적절히 어울린다.


오차즈케 방식으로도 먹었다. 물만 따로 먹어보니 식사에 함께 나온 국물과 같은 맛이다. 국물을 넣어 먹었다고 보면 된다.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다. 비주얼을 보고 괜히 넣었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물에 양념이 배어 나와 장국 맛이 느껴졌다. 장어는 훨씬 부드러워지고, 아까까지 바삭하던 식감이 부드럽게 변했다. 약간의 와사비가 들어간 덕인지, 온메밀면 맛이 났다.


오차즈케 방식이 가장 맛있어서, 네 번째에도 국물을 부어 먹었다.

나고야에 방문한다면 히츠마부시는 무조건 먹어보길!


https://maps.app.goo.gl/BU6HhoyAR13PmnV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