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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Dec 12. 2022

손을 잡는다는 것

미셀러니, 에세이


#1.

어느 엄마가 5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5살 딸아이는 엄마에게 손을 붙잡힌 채 뛰어가고 있다.

그들은 함께 가고 있지만 엄마는 걷고, 아이는 뛰고 있다.

함께 가고 있는 게 아니라 함께 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5살 딸아이의 걸음이 아무리 빠를지라도

엄마의 걸음나비를 극복하지는 못한다.

엄마의 한 걸음이 아이에게는 두세 걸음이니

아이가 뛰지 않고서는 엄마와 함께 갈 수 없다


하지만 전에도 보았고 오늘도 보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엄마와

엄마에게 손을 잡힌 채 뛰는 아이를



#2.

어느 한쪽이 손을 잡아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맞잡은 손은 아니다.

한쪽이 손을 잡았을 때

다른 한쪽은 손을 잡힌 것일 수도 있다.

겉으로 손만 잡았다고 함께 하는 존재가 되지 못함을

생각해 볼 줄 알아야겠다.


진정으로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존재가 되는 것.

그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매 순간순간마다

그 의미를 깊게 헤아려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겉으로 잡은 손으로만 생색을 내기 마련이다.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배려하지 못하는 걸음나비를 보면

진정으로 손을 잡고 함께 하는 것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손을 잡은 상대방의 처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손을 잡아 준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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