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빼앗은 나의 '식탁 오피스'
집에 PC도 없고, 서재도 없으니 제일 만만한 곳이 식탁이었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잘되서 놀랐다.
처음에 온라인으로 일을 하자고 마음 먹었을때는 동네 커피숍이라도 가야 하나 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식탁에 앉아 집중하기 시작하면 점심 시간이 오는줄도 모른다.
가끔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짜증까지 팍 나버리는 무서운 집중력.
아마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가?
사실 식탁 오피스에 근무하기 전, 나는 그닥 부지런하지 않은 전업주부였다.
아이들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에는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하느라 나름 바빴지.
그러다 둘 다 다니기 시작하자 급 늘어난 자유시간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미드보고 수다떨고 연예기사도 보고 웹툰도 보면서 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그러다 너무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어 알바도 해봤지만 어릴때 하는거랑은 또 느낌과 체력이 많이 달랐다. 재택알바까지 알아봤지만 돈 벌기엔 턱없이 낮은 임금이라 실망할 무렵...
인터넷만 된다면 온라인으로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알게 되버렸다.
'되버렸다'는 표현을 쓴것이 이상한가?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빠져버렸다.
출퇴근도 없고 동료들과의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없고 휴무일은 내 마음대로.
물론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온라인이라고는 하나 사업을 하는 일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알아보고 신경써야 하고 시간과 영혼을 갈아넣어야 한다. 게다가 매출은 한달에 한번 딱딱 기분 좋게 나오는 월급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심히 나를 갈아넣었다. 누구도 아닌 내가 하는 일이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 해서 수익을 얻는다는 게 짜릿했기 때문이다. 그 수익이 아직은 많이 귀여운 수준이라 아쉽지만.
여튼 현재로 돌아오자. 지금 나의 식탁 오피스는 코로나 효과로 몇주 째 휴업 상태라 우울할 지경이다.
코로나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이런걸로 우울한거냐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맘놓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건 둘째 치고, 다시 일할 수 있어서 기쁘고 즐거웠던 '나도 사회인' 자아가 급속하게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언제까지고 이 시국이 이어지진 않겠지. 날씨는 초봄이고 화창한데 마음속은 한겨울 눈보라 치듯 매섭게 추운 이상한 대비는 조만간 끝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신나는 식탁 오피스로, 사람들은 자기만의 신나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