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향하는 첫걸음. 면접.
내향적인 성격 탓에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수많은 발표과제 덕분에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크게 긴장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잡힌 면접. 평소 한 번도 생각지도 않았던 직무의 면접이었기에 나는 면접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단지, 회사가 하는 사업과 운영하는 어플에 대한 내용만 준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면접 보는 날이 찾아와도 긴장을 전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직무가 아니었기에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아도 떨어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만음으로 첫 스타트업 면접을 보기 위해 회사가 위치한 구로디지털단지로 출발했다.
처음 마주한 스타트업의 업무 공간. 솔직히 크게 뭐가 와 닿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다만, 파티션으로 나누어지지 않은 사무공간. 그리고 자유로운 복장과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크지 않은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에 편안한 차림으로 면접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레 다른 직무로 면접을 보는 것이었기에 이전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지원했던 이력서와 자소서를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그 때문인지 직무에 대한 내용보다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 되어 면접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와는 달리, 나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직무였지만, 부정적인 결과는 나를 아프게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아픔의 크기는 이전보다는 달랐지만 말이다.
'깔끔한 이미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 하지만 영업에 맞는지는 의문임.'
1시간 정도 진행된 면접에서 면접관들은 나름 나에 대해 정확히 파악했었다. 나 스스로 영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직무 Fit'에 맞지 않아 떨어졌기 때문에 '불합격'이 주는 좋지 않은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2017년을 마무리하며, 2018년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나를 떨어뜨렸던 그곳에서 다시 연락이 왔었다. 앞서 뽑기로 했던 사람이 최종적으로 입사를 포기하면서 다시 내게 연락을 한 것이었고, 어찌 되었던 2018년은 '백수'로 시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던 나는 이번에는 큰 고민 없이 2차 면접을 보러 다시 그 회사로 찾아갔다.
"OO 씨, 성격은 영업과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러면... 영업에서는 힘들 것 같은데..."
2차 면접은 회사를 창업한 사람과 진행되었는데, 앞선 1차 면접보다 더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진행되는 동안 '나를 뽑지 않아야 되는 이유'를 찾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의 대답마다 들려오는 부정적인 반응은 면접 시간 동안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왜 내게 2차 면접을 보자는 말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귀한 시간을 빼앗겨 버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나는 점점 필터링 없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며 2차 면접을 마무리했다.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시나요? 혹시 1월 2일부터 출근 가능하시나요?"
분명히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면접이었다. 하지만 이틀 뒤, 회사로부터 입사하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얼떨떨한 기분을 가진 채. 2018년 1월 2일.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