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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솔 Dec 23. 2021

“넌 70점짜리야”

마음에 떡이 걸려 내려가지 않을 때

퍽퍽한 떡 한 덩이를 삼켰는데 목 한가운데에 탁- 걸릴 때가 있다. 몸에 힘을 주고 아주 세게 공기를 삼킨다. 공기의 압력이 겨우 조금씩 떡을 내려보낸다. 내려가는 과정은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져서 ‘아 떡이 여기쯤 지나가고 있구나.’라고 느껴진다. 커다란 바윗 덩이를 삼킨 것 같다. 좁은 길에 걸려서 자리를 좀처럼 비키지 않는 바위.


나는 가끔 마음에도 떡이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마음이 어딘가에 막혀 옴싹달싹하지 못한다. 마음에 걸린 떡은 아무리 힘을 줘도 내려가지 않는다. ‘아 답답해!’ 그런 날은 몸이 마음을 끌고 가지 못한다. 마음 떡 걸림 현상은 내가 잘하고 싶어 하는 일일 수록 심해지곤 한다.


어느 날 버스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라디오 속에서는 게스트의 근황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그는 요즘 시를 쓴다고 말했다. 시를 쓴다는 말을 걸림 없이 내뱉어 내 귀까지 보냈다. “제가 종종 시를 쓰니까요.” 그 말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저는 밥을 먹어요.”라고 들릴 뻔했다.


스스럼없는 높낮이가 내 귀에 꽂혔다. 저 사람은 자신이 쓰는 문장을 시라고 부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누가 보고 비웃으면 어떡하려고. 사람들이 그가 쓴 시를 읽으며 ‘그건 시가 아니지.’ ‘완성한 저 시가 참 형편없네.’라고 수군거리는 장면이 상상됐다. 시를 쓰는 사람은 라디오 속 저 사람인데 수군거리는 소리는 내 귀에 와서 커졌다.


상상 속 청중의 목소리는 희미하다 곧 또렷이 정체를 밝혔다. ‘넌 고작 70점짜리야’ ‘네가 최선을 다해도 이 정도야’ ‘다른 사람에 비해 형편없는 걸 가져오면서 부끄럽지도 않다는 거야?’ 내가 나한테 말하는 목소리였다. 신기했다. 어쩐지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마음에 떡이 걸리더라니. 마음에 걸리던 떡은 떡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들리던 목소리였다. 나를 타박하는 목소리는 밀가루 반죽처럼 소화가 잘 안 된다. 좁은 마음에 붙어서 내려가질 않는다.


그렇게 내가 나를 막아설 때면 다른 사람이 내게   벽을 허물어주길 바랬다. 와서  안에 갇히지 않아도 .’라고 말해주 기다렸다. 누군가가 허락한다면 나의 타박을 외면할 자격이 주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멈춰있단  다른 사람이 알아주고,  마침  내밀어 나를 움직여주는 기가 막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가 종종 시를 쓰거든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내게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 자격 없다고 타박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남에게 허락을 구하는 비겁함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몸을 끌어내 주기만을 기다리는 무책임함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쓸 수 있었다. 마음 떡 걸림 현상 없이. 자신이 쓴 문장들을 시라고 불러주면서.


마음에 걸린 떡의 소화제를 찾았다. 마음이 몸을 막아설  나를 타박하고 있는 청중의 목소리가 있는지 들어본다. 그리고 꺼버린다. “너는 이런  쓰고도 부ㄲ..” . 이건 상상 속 청중일 뿐이라고 되뇌며 끊어버린다. 마음을 막아선 떡을 소화시킨다. 내가  문장들을 글이라고 불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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