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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Oct 10. 2021

아빠가 그리운 날

처자식을 버리는 수꿩 같은 아빠

꿩은 겁이 많아서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퍼드득 날아오르지만, 어미 꿩이 알을 품고 있을 때는,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 자리를 지킨다. 들판에 불이 나 불길이 다가와도, 어미 꿩은 도망가지 않고 알을 품는다. 어미 꿩은 불에 탄 몸으로 끝까지 알을 지킨다. 일설에 의하면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도, 알을 품은 어미 꿩은 도망가지 않아서, 사냥꾼이 꿩과 알을 같이 잡을 수 있어서 생겼다고 한다.


어미 꿩은 죽을 각오로 자식을 지키는데,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아비 꿩은 위험한 순간이 오면, 큰 울음소리를 내며 도망친다. 적이 이쪽으로 다가오기도 전에, 처자식을 버리고, 요란하게 도망을 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 도움이 필요한 가장 필요한 순간,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가버리는 수꿩은 얼마나 파렴치한가.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적이 나타나면 몸을 숙이고 조용히 도망을 쳐야 살 확률이 높은데, 왜 아비 꿩은 요란하게 도망치는 것일까? 거기에는 숯 꿩의 슬픈 속사정이 있다.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은 수꿩의 자식을 위한 사랑, 부성애다.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 암꿩이 새끼들을 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은 표적이 되는 것이다. "나 잡아봐라." 큰소리로 울며, 시끄럽게 도망치는 것은, 천적을 처자식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수꿩의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처자식을 위해 온 몸을 던지지만, 알아주는 이들은 별로 없는 수꿩의 모습은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닮았다. 처자식과 떨어져 열심히 돈을 벌어 가정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 돌아왔을 때, 자식은 많이 커버렸고, 관계는 어색해졌다. 아버지도 어미 꿩이 그랬듯, 새끼들 옆에 있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 아버지들은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의 모습이라고 믿었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듯. 오랜 시간 숨차게 뛰느라,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서툰 아버지가 애처로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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