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 온 편지] 이야기 관점으로 본 브랜딩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 온 편지]는 차가운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야기가 작동하는 힘을 연구하고, 이를 직접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천하는 우리의 철학과 실행에 대한 기록입니다.
안녕하세요, 비즈니스 스토리 전략 컨설팅 스토리 소사이어티입니다. 스토리 소사이어티의 첫 콘텐츠는 최근 가장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브랜딩 Branding'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는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드는 모든 현장에서 '브랜드적인 관점'으로 현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소사이어티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브랜딩'은 무엇일까요?
과거 철학자들이 했던 것을 살펴보면 사회 곳곳에 산발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자신들의 관점으로 '재정의'를 내리는 것이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우리만의 관점과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쩌면 기존에 상식적으로 내려오던 의미를 의심하고 자신만의 시선과 관점으로 '재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관점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 과거부터 내려오던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다시 질문하고 의문을 가지고 뜯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이 단어가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는 '브랜딩'이라는 이론 자체가 탄생한 역사가 그리 깊지 않고, 실제 우리나라 산업에서 쓰기 시작한 것도 오래되지 않았으며, 현존하는 브랜드 컨설팅 펌마다 자신들만의 이론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두 비슷해 보이면서도 대략적으로 다르다. 브랜드 컨설팅 펌마다 이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무언가로 통합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 자신만의 관점과 이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그래서 스토리 소사이어티 역시 우리만의 '브랜딩'이란 무엇인지 재정의를 내려보기로 했다.
특히 그냥 브랜딩이 아닌 '이야기 관점으로 바라본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 어려운 질문에 해답을 준 건 한 장의 그림이었다. 바로 폴 고갱의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이다. 폴 고갱의 '유작'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살아생전 그가 그린 그림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의 3단계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오른쪽에는 아기가, 가장 왼쪽에는 노인이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야말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품고 있는 이 그림 제목을 자세히 살펴보자.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은 오로지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이 그림을 완성했으며, 수수께끼와 같은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의 모든 것은 제목 속에 담겨 있다.
무언가를 본질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폴 고갱이 던진 이 3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과거를 '우리는 무엇인가'는 현재를,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미래를 나타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 3가지를 모두 바라보았을 때,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객체를 제대로 바라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딩Branding이 '자기다움'이라고 했을 때, 자기다움을 제대로 꺼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폴 고갱이 던진 이 세 가지 질문에서 착안했다. 특히 '이야기 관점'으로 무언가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서사Narrative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배열하고 재서술함으로써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Where Do We Come From?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브랜드의 '시작점'을 의미한다. 지금, 현재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과거부터 돌아봐야 한다. 과거부터 해왔던 선택, 과거의 경험, 과거의 언어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했던 그 당시의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브랜드의 시작점이다. 브랜드가 가장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그때, 우리는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가?
What Are We?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는 브랜드의 현재, 그러니까 브랜드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사실 이 세 가지 질문 중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은 아마도 이 질문일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인간 삶의 가장 큰 질문이 아닐까? 브랜드도 똑같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세상에 존재하며, 어떤 의미를 전하고 있는지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도통 어렵다.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단지 혼자만의 경험과 생각으로 완성하기 힘들다는 데에 있다. 고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에는 '사이 존재'라는 개념이 나온다. '시간, 공간, 인간'이라는 단어 속 '간'자는 한자어 '사이 간間'를 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과의 ‘사이’가 그 본질이다.
브랜드의 본질(정체성)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 브랜드가 맺고 있는 주변과의 관계를 면밀하게 봐야 한다. 브랜드와 세계와의 관계를 발견하고,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를 발견하고,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와 관계를 발견해야 한다. 세상과 사람, 그리고 나와의 사이를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스스로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Where Are We Going?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브랜드의 비전이다. 브랜드의 탄생, 그리고 현재를 지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다. 미래 역시 과거-현재와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질문은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이다. 브랜드는 하나의 선언에 가깝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정의 내리고 행동을 하고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상상력을 통해 그려내고, 그러한 미래로 가기 위해 고객과 약속을 하고 지켜나간다. 언제 어디서든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미래를 선명하게 그려내기 위해서다. 특히 문학적 상상력은 추상적인 언어 아래 스스로 납작해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다.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 정의하는 '브랜딩Branding'이란 브랜드의 시작점과 정체성, 그리고 가고자 하는 비전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우리만의 고유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브랜드의 시작점과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서사적 창조'이다. 서사적 창조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재서술하는 과정이다.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 '이야기 방법론'을 통해 스스로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 역시 '재서술을 통한 고유성의 재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도구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매일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생존해 나가야 하는지 세상을 배운다. 인간의 모든 교육 그리고 가장 많은 지혜를 안겨주는 책 역시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는 인간의 가장 고유한 도구인 '이야기'라는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시키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 관점으로 본 브랜딩'이다.
서구 철학사를 정면으로 비판하여 철학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의 인물 중 하나인 미국의 분석 철학자, 리처드 로티(1931-2007)는 '언어'와 '문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세상에 일깨워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자아 창조'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자아창조는 자아에 대한 새로운 서술을 통해서 이루어지므로
그것은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는 과정,
참신한 메타포를 생각해 내는 과정과 동일시된다.
스토리 소사이어티를 시작하며,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리처드 로티였다. 그는 '자아'라는 것이 고정되어 있거나 태어나면서부터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의 서술에 의해 새롭게 창안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아를 '정체성'이라고 본다면,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가 살아있는 한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끊임없이 우리가 누구인지 다시 바라보는 '재서술'을 통해 새롭게 창안된다고 봐야겠다.
스토리 소사이어티에서는 브랜드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바라봄으로써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자산과 언어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진행하고, 이를 우리만의 관점과 시선으로 재서술하는 '서사적 창조'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서사적 창조를 바탕으로 우리만이 고유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브랜드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이전보다 다양성이 살아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우리의 이름이기도 한 '스토리 소사이어티 Story Society'가 우리 브랜드의 비전인 셈이다.
글 | 스토리 소사이어티 대표 채자영
발행일 | 2023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