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의 인생 마지막 샷을 가지고 있다.
탄생의 순간도 내 뜻이 아니었듯 삶의 마지막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강렬하게 그려둔 마지막 7분 39초짜리 영상이 있다.
남당 3길 44번지. 봄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는 아침? 아니 가을이어도 좋다. 그러나 여름만은 사양한다.
나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의자에 앉아있다.
아래로 펼쳐진 밭에서 "저리 가!" 소리를 듣는 고양이 몇 마리가 있을 것이고, 일은 거들지 않고 등을 돌린 채 햇살을 마주하며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푸념 꽤나 할 나믜편.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나는 헤드폰 오른쪽을 한 번 터치한다. 내 손에 들린 건 어제 볶아둔 케냐 AA 원두를 느리게 갈아 좀 전에 그가 내려준 향 좋은 커피. 나는 그 한잔을 못다 마시고 감싸 쥔 채, 내 삶의 외롭던 대목을 함께 한 슈베르트의 송어를 듣는다. 기다리던 경쾌한 손놀림의 피아노 연주자. 그녀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나는 서서히 의식을 읽어간다.
2024년 12월 20일까지는 적어도 그러했다.
꿈이 산산이 깨진 것은 정말 단순한 에피소드였다.
재수를 했지만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는 성적을 받은 둘째 아이가 결국 나를 대신하여 가게로 내려왔고 나는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그 밤에 짐을 꾸려 남당 3길 44번지를 떠나왔다.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