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의 끝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린다. 작은 순간들이 나를 만든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저 일상의 조각들을 기록하는 마음이었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경험들을 붙잡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이어갈수록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순간들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결국 지금의 나를 이루는 뿌리였음을.
우리는 흔히 삶을 ‘큰 전환점’으로 설명하려 한다. 대학 합격, 첫 직장, 사랑, 실패, 그리고 성공. 물론 그런 사건들이 우리의 궤적을 바꾼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글들을 통해 오히려 그 사이사이의 작은 순간들이 더 깊게 스며들어 우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침에 내리는 커피의 향, 창밖을 스치는 바람, 홀로 걸은 저녁 산책, 스스로에게 건넨 짧은 질문. 그런 사소한 장면들은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 주었고, 때로는 흔들리던 마음을 고요히 다독여 주었다.
실패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 순간은 무너짐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또 다른 출발의 밑거름이 되어 있었다. 멈춰 서는 시간이 두려웠지만, 오히려 멈춤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었다. 두려움 앞에서 떨리며 내딛은 한 걸음은 작은 용기였지만, 그 반복이 쌓여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나는 결국,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 책장을 덮으며, 나는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을 오늘의 모습으로 만든 작은 순간은 무엇이었는가.
혹은 오늘 하루, 가장 사소하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을 장면은 무엇이었는가.
삶은 늘 빠르게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을 만난다. 때로는 그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나중에 돌아보면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해 온 힘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힘이 모여, 우리는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나눈 이야기들이 독자에게도 작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 속에서 이미 존재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우리를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늘 곁에 있었으나 지나쳐왔던 아주 작은 순간들. 그것들을 기억하고 품을 때, 우리는 더 단단히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더 따뜻하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함께 걸어온 독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의 작은 순간들을 함께 나누어 주었기에, 이 글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이 책의 문장들이 작은 불빛처럼 곁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거대한 순간들이 아니라, 작지만 단단한 순간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야말로 우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