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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의 대화 (2)

by 일상온도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세상은 시끄럽다. 수많은 소리들이 나를 향해 쏟아지고, 그 소리들 사이에서 나는 종종 나의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누가 옳고, 무엇이 맞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끝없이 말해주는 이 시대 속에서,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언제부턴가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조용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도 아닌 시간. 단지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 안, 불을 낮추고, 마음속으로 천천히 질문을 던진다. “너 지금 괜찮니?”



혼자 있어야 들리는 말들


처음엔 그 대화가 서툴렀다. 묻는 것조차 어색했고, 마음속은 온통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 보면, 마침내 들리는 작은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분명했고, 정직했다. 타인의 기대나 시선이 덧입혀지지 않은, 가장 나다운 말이었다.


혼자 걷는 길 위에서,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저녁 무렵, 혹은 잠들기 전의 어둠 속에서—그럴 때 나는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소리는 때때로 나를 위로하고, 때때로 나를 다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나를 가장 잘 아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다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오직 나만이 나에게 전할 수 있는 언어였다.



묻고 또 묻다 보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던 감정들과 마주해야 하고, 외면했던 나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왜 불안한지, 왜 슬픈지를 모른 채 지내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하나에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네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그 질문은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는지, 무엇이 나를 웃게 하고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갈 때, 나는 조금씩 나와 가까워진다.



내면으로의 귀환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나를 깊이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 그 감정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자주 나에게 말을 건다. 괜찮냐고, 오늘은 어땠냐고,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 대화는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증명할 이유도 없다. 그저 나와 나 사이에서 오가는 진심의 말들이다. 그 진심이 나를 조금씩 치유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주었다.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을 때, 나는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스스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후, 나는 내 감정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웠다. 외로움도, 두려움도, 기쁨도, 모두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천천히, 나에게로


이제 나는 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는 바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는 것을. 그 대화는 조용하고 느리지만,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나와 조용히 마주 앉는다. 불빛이 꺼지고, 모든 것이 조용해질 때, 비로소 진짜 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 아주 천천히, 내 안으로 걸어간다. 그 길 끝에서 나를 마주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나와 함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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