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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이지만 천기저귀

by 동그란도나츠





'유난'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는 잘 안 알리고 시작한 육아템이 천기저귀다. 일단 기저귀라고 하면 어느 누가 하기스부터 떠올리지 않겠는가. 발단은 본가 옷장 구석에 고이 개켜있던 함들이 천이었다. 요새 대체 누가 함들이를 하느냐마는 시어머니께서 꼭 며느리가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함을 들여주셨다.(남편 친구들이 우리집 산삼주를 비웠다.) 그때 함을 메는 데에 쓴 천(오래 전에는 광목천을 썼다는데 거즈천 비슷한 것을 썼다.)을 보고 이거는 대체 왜 보관했느냐고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이걸 옛날에는 잘라서 천기저귀를 썼다는 데에 솔깃한 것이다. 그즈음 나는 손수건을 30장-40장은 사야한다는 엄마들 커뮤니티 말에 홀려 온갖 쇼핑몰을 섭렵하다가 비싼 가격에 지쳐(한 장에 3~4천원이 넘는다.) 있었던 터였다. 아니, 기저귀 말고 손수건은 안 되겠소?



그 천들은 무지막지하게 잘려나가 우리 아기의 손수건이 되어있지만(이것도 유난스러운 것이 손바느질을 일일이 했다.) 그때 천기저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특히 나도 그렇게 천기저귀를 썼다고 하니 말이다.



검색을 해보니 옛날에 쓰던 광목천으로 만든 기저귀들은 다 '소창'이라고 불리며 엄마들이 120cm쯤으로 자른 것을 구매해 정련(삶는 과정이다.)을 거쳐 바느질을 해다가 쓰고 있었다. 이 정도의 정성을 들일 의향까지는 없었던 나는 좀더 간편한 것이 없다면 바로 내칠 예정이었다. 그때 내 눈에 띄인 것이 일명 '땅콩'이라고 불리우는 실제 땅콩 모양의 기저귀다. 단점이라면 생각보다는 비싼 가격이랄까. 포기하려던 찰나에 생각난 것이 당근마켓이었다. 검색해봤더니 중고로 매물이 꽤나 올라와 있었고 나는 그날로 천기저귀 당근계의 큰손이 되어 대량으로 파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채팅을 걸어 내피인 '땅콩'이 120장쯤 될 때까지(사이즈가 또 있다. 작은 사이즈는 80장쯤 되고, 큰 사이즈가 아마 40여장 될 것이다.) 중고 구매에 탐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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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방송만 한 기자. 쉬면서 나를 돌아보고, 세상과 개인에 대한 글을 쓰고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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