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혀둔 사진과 휘발된 기억으로 떠나는 여행
2018년 11월 11일 늦은 오후,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짐정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거리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과 섞여 비를 맞으며 마요르 광장으로 향했다.
아직은 사람들이 없는 네모나고 커다란 그곳은 마드리드와 첫 인사를 나누기에 그다지 좋지 않은 장소.
어둠, 비, 덜 채워진 공간, 첫 행선지의 분위기를 탐색하느라 반짝 곤두선 신경이 숫자보다 훨씬 큰 힘으로 온도를 채우고 있어서일까. 날씨 어플에 찍힌 10℃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몸이 절로 웅크려졌다.
입을 일이 있을까 싶었던 두툼한 버건디 코트의 깃을 바짝 세우고 머플러를 목에 돌돌 둘러맸다.
그리곤 한참을 광장의 한 모서리에 서있으니 반대편의 바닥 공사 중인 인부들, 그들과 나를 ㄷ자로 감싼 빨간 벽돌 건물, 일층에 즐비한 레스토랑, 그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그들의 머리 위를 비추는 노란빛의 가로등, 가로등 그림자의 꼭지점이 가리키는 지점, 그곳에 서있던 나의 젖은 운동화가 차례 차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 선 긋기로 그려낸 밑그림에 점선처럼 쏟아지는 빗줄기가 정성껏 면을 채우니 비로소 풍경이 되었다.
소심한 여행자는 그제서야 첫 인사를 건넨다. 2018년 11월 11일 늦은 오후
"안녕 마드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