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작가님 전시를 보고
자하미술관에 들어서니 오른편 벽면에 드로잉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지 않았고 하늘의 줄에 매달려있었다. 사람들은 몸의 일부가 돌 같기도 나무 같기도한 형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림과 쉽게 친해지지 않았다. 한 발 다가가 그림 속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마음에 누군가들이 들어오려는데 마음이 닫혀 있어서 구멍을 낼 수도 없다. 마음 속의 선함 보다 악함의 힘이 세다는 이야기(기억나는대로 적음)에 요즘 내 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해 눈길이 갔다. 이 분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종교적인 고민인가? 아니면 예술가의 생각인가? 그림을 보면 볼수록 아까의 경계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그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땅의 어머니를 들어올렸는데 가벼웠고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는 이야기를 보고 찾아보니 윤석남 작가님의 어머니는 6남매를 홀로 키우셨다고 한다. 아마도 오랜 세월을 버텨낸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안쓰러움의 표현이며, 무거울 것만 같았던 어머니가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진 것에 대한 안도일 수도 있겠다. 마흔이 넘은 지금 엄마의 고단했었을 삶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삶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삶이 평안해지기를, 나로 인해 무게가 더해지지 않기를 기도하게 된다.
저 위에 칩거한 그녀를 처음엔 사람들이 관심있게 여기다가 다들 바빠서 잊었고 나는 그녀가 저 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게 됐다. 나는 그동안 바빴다. 무엇 때문에 바빴을까? 일을 해야했고, 보고 싶은 공연도 봐야했고, 배울 것도 많았고 그랬다. 그러느라 사람들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나를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나는 저 위에 올라가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바빠져서 위에 올라가 있는 나를 잊고 있었다. 이제야 혼자 있는 내가 보인다. 저 위에 올라가 있는 나를 나도 기다리고 있다. 내려오면 기다렸다고 이야기해줘야지.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림에게 한 발 다가갔더니 그림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림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내 안의 나는 잘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