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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M Jan 11. 2023

"아바타"로 본 극장 '표준 경쟁'

“아바타”는 어느 극장에서 보는 게 가장 좋을까요? 


“아바타:물의 길” 개봉 전부터 영화 커뮤니티들을 뜨겁게 달궜던 질문입니다. 관객 850만 명을 돌파한 흥행 열기만큼 멀티플렉스들의 특별상영관 스펙 경쟁도 치열합니다. “아바타”는 영화 역사에서 CG와 3D 혁명을 일으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현존 최고의 영상 기술을 구현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기술들을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어디냐는 영화 팬들의 갑론을박과 관람기가 게시판에 이어진 거죠.


국내 3대 멀티플렉스인 CJ CGV와 롯데시네마, 그리고 메가박스는 각각 용산 아이맥스관과 롯데월드타워 수퍼플렉스관,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이라는 시그너처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팬들은 이 극장들을 각각 ‘용아맥’과 ‘월수플’, ‘코돌비’로 줄여 부릅니다. 각사에서 가장 뛰어난 시설을 가진 특별관의 별칭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영화팬들의 성지’로 불리는 이 세 극장에서 어떤 '아.바.타.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멀티플렉스 3사 기술 담당자들의 설명을 듣고 비교해봤습니다. 

  

CGV 용산 아이맥스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관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아시다시피 “아바타”는 3D 영화입니다. (물론 2D로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4K 화질의 영화입니다. 4K는 풀HD의 4배 화소수를 가진 초고화질(UHD) 영상입니다. 또, 영상의 밝기와 명암비를 최적화한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기술이 적용된 영화이고, 영상의 움직임이 매끄럽게 보이도록 초당 48프레임으로 제작된 ‘하이 프레임 레이트(HFR)’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플랫 또는 비스타비전 비율이라 불리는 1.85:1의 화면비로 제작됐습니다. 


‘3D. 4K. HDRHFR’이 바로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될 “아바타”의 최대 원본 스펙입니다. 이 기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으려면 상영관 수준이 따라줘야 합니다. 아무리 고해상도의 영상이나 고음질 음원도  TV나 오디오 플레이어가 이를 구현할 수 없다면 일반 영상이나 음원과 다를 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상영관마다 장비와 기술 수준이 다른 만큼 "아바타"는 어느 극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은 다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CGV 용산 아이맥스관


CGV 용산 아이맥스관에서는 어떻게 “아바타”를 상영하고 있을까요. 일명 ‘용아맥’은 국내 최대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31m×22.4m)를 가졌습니다. ‘용아맥’에서는 ‘3D.4K.HFR’을 구현합니다.


 ‘용아맥’은 CGV 아이맥스관 중 유일하게 ‘GT 레이저’를 씁니다. 벨기에 바코사의 제품을 아이맥스에 맞게 개조한 4K 듀얼 레이저 영사기입니다. (그만큼 화면이 밝다는 겁니다. 화면 밝기는 3D 영화에서는 더욱 중요합니다) 3D 안경은 돌비사의 편광 방식 제품을 사용합니다. 스크린은 빛 떨림 현상(스펙클링)을 막기 위해 96개의 쉐이커를 배치한 실버 스크린입니다.


  ‘용아맥’ 사운드는 ‘아이맥스 12채널’을 구현할 수 있는데, IMDB(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에는 “아바타”가 아이맥스 6채널, 돌비 애트모스 등으로 제작된 걸로 나와 있으니 어쨌든 원본의 사운드는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맥스 사운드는 중저음에 특화돼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용아맥’은 HFR 영상도 구현합니다. CGV는 “아바타” 상영을 준비하면서 아이맥스 본사에서 HFR이 가능하도록 서버와 영사기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으로 HDR인데,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뒤에서 따로 얘기하겠습니다. HDR이란 개념 자체가 아직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기술표준 격이기 때문입니다. CGV는 ‘용아맥’은 아이맥스 나름의 밝기와 명암비를 구현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주문 제작된 영사기(Customized Projector)로 비교할 수 없는 밝음과 뛰어난 선명한 화질 제공’이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CGV 상영 기술 담당자인 심영애 씨는 “진정한 HDR, 리얼 블랙 영상은 기존 스크린 영사관이 아니라 LED영화관에서만 가능하지 않겠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LED관은 영사기로 스크린에 빛을 쏘지 않고 TV처럼 디스플레이 자체가 발광합니다) 어쨌든 ‘용아맥’은 공식적으로 HDR을 구현한다고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화면비인데, 멀티플렉스 3사 시그너처관 중에서 유일하게 ‘용아맥’에서 “아바타”가 제작된 원래 화면비로 볼 수 있습니다. 1.85:1 비스타비전 비율입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용아맥’은 1.43:1의 아이맥스 화면비 스크린을 사용하기 때문에 1.85:1의 “아바타”를 상영할 때는 스크린 상하좌우에 레터박스가 들어간 화면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거대한 스크린 전체를 쓰지는 못하는 겁니다. 이는 “아바타”가 아이맥스 카메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용아맥'과 '월수플', '코돌비' 스크린 크기 비교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다음은 메가박스의 대표 극장인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입니다. 일명 ‘코돌비’는 국내에 5개관뿐인 ‘돌비 시네마’ 극장 중 지난 2020년에 가장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아바타”의 ‘3D.4K.HDR.HFR’ 기술을 모두 구현한다고 명확히 내세우는 유일한 시그너처관입니다. 


크리스티사와 공동 개발한 4K 듀얼레이저 영사기를 쓰고, 3D는 ‘용아맥’과 마찬가지로 돌비사의 편광 방식 안경 등으로 구현합니다. 영사기에 3D 필터를 낄 필요가 없고 제품 단가가 높은 만큼 반복해서 사용하지만, 흔히 접하는 일회용 편광 안경보다는 다소 무겁습니다. 


스크린은 3사 대표관 중 유일하게 화이트 펄 스크린입니다. 국내 스크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버 스크린에 비해 펄 스크린은 색감이 우수하고 측면에서 볼 때 눈부심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실버 스크린보다 밝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3D 영화에는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비 비전’ 기술을 적용한 ‘코돌비’ 스크린은 3D 환경에서도 일반 2D 영화 수준인 14 풋램버트(휘도의 단위로 약 30㎝ 앞에서 초를 켰을 때 조명을 받은 면의 밝기가 1풋램버트)의 밝기를 보여준다는 게 메가박스 쪽의 설명입니다. 


돌비사가 설계와 시공 감리한 ‘돌비시네마’관이기 때문에 ‘코돌비’의 사운드는 극장 곳곳에 배치된 100개 가까운 스피커를 통해 입체적인 사운드를 내는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돌비 비전’이라는 이름의 기술로 HDR과 HFR을 구현합니다. 그래서 메가박스는 예매 사이트에서도 상영관 스펙에 ‘돌비시네마 4K HDR HFR’이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CGV는 ‘IMAX LASER 3D’, 롯데시네마는 ‘3D Dolby Atmos’라고 표시) 


스크린 크기는 16.8m×6.7m으로 3사 대표 극장 중에서는 가장 작습니다. (물론 프로젝터로 TV를 볼 때 화면 크기를 줄이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동일한 사양의 영사기로 투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작은 스크린은 화질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화면비는 2.39:1 스코프 비율입니다. 영화 볼 때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면비인데, 문제는 “아바타”가 1.85:1로 제작됐다는 점입니다. 1.85:1 비스타비전 화면비의 극장에서 볼 때와 비교해보면 화면 아래위가 일부 크롭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극장에서 크롭하는 것은 아니고 배급사인 디즈니에서 스코프 비율의 DCP(상영본)를 따로 공급합니다)

  

비스타비전(플랫) 비율과 스코프 비율 비교 화면 (출처:TrailerSpot Youtube)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관


     마지막으로 전면 개선 공사를 거쳐 지난달 재개관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관입니다. 일명 ‘월스풀’은 한때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었을 정도로 34m의 엄청난 가로 길이의 스크린을 갖고 있습니다. 가로만큼은 국내 최대 스크린인 ‘용아맥’보다 깁니다. 세로는 13.8m로 용아맥보다 8.6m 짧습니다. 가로가 기니 화면비는 ‘코돌비’와 같은 2.39:1 스코프 비율입니다. 


3D는 ‘용아맥’이나 ‘코돌비’와는 다른 편광 방식으로 구현합니다. 영사기에 3D필터가 필요한 리얼D사의 3D안경과 장비를 씁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3D 안경인데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대신 일회용이고 가볍습니다.


스크린은 실버 스크린이고, 가로가 길기 때문에 스크린을 살짝 휘고 기울여 관람 각도를 개선했습니다. 지난달 재개관하면서 좌석 수를 무려 절반이나 줄인 대신 고급 리클라이너석 등을 설치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합니다.


‘월수플’은 크리스티사의 최신 4K 듀얼 레이저 영사기를 운용하는데 “아바타”는 2K HFR 버전으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HFR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사기와 서버가 뒷받침돼야  가능한데 ‘월수플’은 HFR 구현이 가능한 돌비 서버를 쓴다고 밝혔습니다. 또 롯데시네마는 ‘월수플’에 국내 최다인 152개의 쉐이커를 설치해 화질을 높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월수플’도 ‘돌비 애트모스’관입니다. 새롭게 단장한 극장이라 돌비의 최신 사운드 시스템인 ‘돌비 136 사운드 패키지’와 ‘배플 시스템(스크린 후면 흡음 칸막이로 반사음과 간섭음을 차단)’를 도입했습니다. 돌비 서버를 쓰고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지만, ‘월스풀’은 ‘돌비시네마’관은 아닙니다. 돌비 시스템을 구매해서 운용하는 극장이지요. 


‘월수플’도 ‘용아맥’과 마찬가지로 HDR을 구현한다고 밝히지 않습니다. 영사기도 고품질의 최신 사양이고 시설도 국내 최고 수준인데 ‘월수플’과 ‘용아맥’은 왜 HDR이 아닐까요? 앞서 아이맥스 대목에서 운을 뗐는데 HDR 관련해서는 좀 생각해 볼 구석이 있습니다.  


'HDR'(하이 다이내믹 레인지)이 뭐길래


일단 “아바타”의 배급사인 디즈니에 CGV 용산 아이맥스관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관에 제공한 상영본(DCP)에 HDR 기술이 적용됐는지 물어봤습니다. 확인도 아니고 부인도 아닌, "그런 세부 사항은 답변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제작사, 극장사, 장비 제조사 등등 영화 산업 플레이어들과 관계 사이에서 이 부분을 명확히 밝히기에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배급사에서 극장에 넘겨준 상영본 자체가 HDR 적용본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돌비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HDR을 구현하는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제외) 


다만, 최대한 많은 관객들에게 기술 혁신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불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특별한 동기' 없이 일부러 일부 상영본 사양을 낮춰서 공급한다? 그건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HDR 이슈와 관련해 "씨네21" 최근호(1387호 ‘VFX 슈퍼바이저가 말하는 “아바타:물의 길”의 시각효과’)에 참고할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아타바” 제작에 참여했던 한국인 VFX 슈퍼바이저인 박영빈 씨의 말입니다. 


“합성 파트에서 HDR 개념을 확실히 많이 적용했다. HDR은 기존 SDR(스탠다드 다이내믹 레인지)에 비해 가장 어두운 포인트와 가장 밝은 포인트 값의 범위가 훨씬 넓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공간에서도 밝은 창밖을 볼 수 있는 반면에 SDR 눈에는 그게 다 날아가 보이지 않는다. HDR이 이 단점을 기술적으로 보완해서 모두 잡아내도록 했다. 전체적인 밝기가 높아지자 아이맥스 레이저나 3D 효과에서도 더 잘 인식하게 됐다.”


“아바타”에 적용된 HDR 기술이 (‘돌비 비전’이 아닌) 타 시스템에서도 화질 개선의 효과가 있다는 말입니다. HDR을 둘러싸고 이런 이슈가 생기는 것은, HDR이 단일한 기관이 국제적으로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한 기준에 따라 정의한 개념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일종의 기술 표준/규격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HDR10+' 관련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현재 HDR 기술 표준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돌비입니다. 삼성전자는 HDR10+라는 이라는 고화질 영상 기술 표준을 내놓고 TV플랫폼을 중심으로 엔비디아, 아마존 등과 손잡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돌비는 삼성전자에 앞서 ‘돌비 비전’이란 이름으로 HDR 기술 표준을 제시해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에서 우위에 서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삼성전자의 HDR10+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 전쟁(War of Standard)’은 기술과 품질이 뛰어난 쪽이 반드시 이기는 전쟁이 아닙니다. 비디오카세트 레코더의 표준을 놓고 벌어진 역사상 가장 유명한 표준 전쟁인 베타맥스와 VHS 간의 경쟁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소니가 개발한 베타맥스는 가장 뛰어난 성능의 제품이었지만 JVC가 내놓은 VHS에 밀려 결국 시장 표준을 내줘야만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열티와 독점을 요구하지 않은 VHS가 고가의 로열티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베타맥스 진영을 이긴 겁니다. 

   

글로벌 특별관 시장의 양대 산맥 IMAX 대 Dolby


현재 글로벌 특별상영관(일명 PLF:Premium Large Format)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이맥스와 돌비 시네마도 표준 전쟁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야 “아바타”를 어디서 보는 게 나을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 모두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캐나다의 아이맥스사와 미국의 돌비사는 둘 다 1960년대 설립된 영상과 음향 관련 회사입니다. ‘이미지 맥시마이징(image maximizing)’에서 나온 말답게 아이맥스(IMAX)는 전용 카메라와 영사기, 스피커를 제작하고 극장을 설계하는 등 영상과 전문 상영관 분야에서 출발해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영화관으로 성장했고, 물리학자인 돌비 박사의 이름을 딴 돌비는 카세트테이프 노이즈 제거 기술 등 음향 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해 점차 영상 기술 시장과 극장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아이맥스는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와 웅장한 사운드로, 돌비시네마는 입체감 충만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와 뛰어난 색감의 ‘돌비 비전’ 영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이맥스 극장과 돌비시네마 극장을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두 상영관은 영화 상영 직전 극장 시스템 자체에 대한 홍보 필름을 상영합니다. 


아이맥스는 “차라리 영화와 하나가 되십시오(Be a part of one)” , 돌비는 “당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삶(Life as you’ve never seen it)", "당신이 느끼지 못했던 감정(Emotion as you’ve never heard it)”이라는 카피로 자사 극장의 강점과 우수성을 자랑합니다. 코로나 대유행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등으로 이왕 극장 가서 볼 거면 특별관 가서 본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이 두 영화관 브랜드에 대한 영화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자연히 두 브랜드 간 자존심 대결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맥스 쪽에서 보면 돌비가 장악하고 있는 극장용 HDR 기술에 대해 아이맥스가 이를 충족하네, 아니네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릴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맥스는 자신들만의 아이맥스 카메라와 (디지털)필름 포맷, 스크린, 레이저 영사기, 고출력 스피커로 돌비의 HDR 규격(‘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에 뒤지지 않는(또는 넘어서는) 극장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죠.


“아바타”의 배급사 디즈니는 2D, 3D, 2K, 4K, 비스타비전 스크린용, 스코프 스크린용, 아이맥스용, 돌비시네마용 등 다양한 버전의 디지털 상영본(DCP)을 만들어 극장별로 제공했습니다. 포스터도 아이맥스용과 돌비시네마용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왠지 아이맥스용 포스터는 광활한 화면 크기를, 돌비시네마용은 선명한 색감을 강조한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이제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이맥스 버전(IMAX DMR)을 따로 만듭니다. ‘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는 넷플릭스와 애플TV+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지원됩니다. 다만 두 회사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채용하려면(‘용아맥’과 ‘코돌비’) 로열티를 내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액수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명당은 어디…


그래서 도대체 어느 극장이 좋다는 거야? 라는 말이 사방에서 돌비 애트모스로 음성 지원되는 듯합니다. 제가 앞에서 멀티플렉스 3사의 시그너처 극장별 스펙을 다소 건조하게 나열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스펙만으로도 독자 여러분은 자신에게 맞는 극장을 고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 이 글은 ‘3D 아바타 상영’의 경우에 국한해서 썼다는 점 다시 말씀드립니다)


스펙은 스펙일 뿐, 영화 관람에는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관 평가는 개인 취향을 타고, 상영되는 영화를 타고, 극장이 구현 가능한 스펙을 타는 것은 물론, 해당 극장이 '실제로 운용하는' 스펙을 탑니다. (영사기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 밝기가 100이라고 해서 극장이 매번 100을 가동하는 게 아니고, 스피커 최대 출력이 10이라고 할 때 극장이 항상 10을 트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2D를 선호하는 관객들도 많고, HFR 영상이 눈에 거슬릴 때도 있다는 관객도 있습니다. 4K, HDR의 구현 여부가 극장에 따라 어느 정도의 관람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개인별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때로는 너무 쨍한 화면보다 필름처럼 부드러운 화면이 더 보기 좋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하니, 일단 관람석에 앉은 뒤라면,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라는 구상 시인의 시구를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극장 선택 전이라면 일단 상영되는 영화가 어떤 기술로 제작된 영화인지 살펴보고 극장을 결정하세요. 돌비 애트모스관에서 영화를 봐도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4K가 구현되는 상영관에 가야 4K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2K 상영관에서 4K 영화를 봐도 그건 2K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4K 영화관은 국내 전체 영화관 중 10% 남짓입니다) 


또, 플랫(1.85:1)인지 스코프(2.39:1)인지 화면비를 보시기 바랍니다. 화면비는 의외로 중요합니다. 감독은 화면비에 따라 미장센을 구성하겠죠? (한 영화에서 화면비를 3개나 쓴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같은 영화도 있습니다) 어떤 내용과 어떤 스타일의 영화인지도 미리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잔잔한 멜로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보면 뭐 하겠습니까? 진지하고 소박하게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돌비시네마에서 본들 효용이 클까요?


영화관 접근성도 보고 관람료도 잘 따져 가성비를 판단해보세요. 누구와 보느냐도 중요하겠죠? 벼르고 벼른 데이트라면 극장 선택할 때 또 다른 기준을 적용하겠죠. 저는 대개의 경우에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가깝고 적당한 크기의 쾌적한 영화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작은 극장이라도 집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큰 스크린, 암전, 함께 본다는 느낌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면 적당한 영화적 체험에 크게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올여름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용아맥’에 가서 볼 겁니다. 아이맥스에 진심인 놀란 감독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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