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달(西村之月)

by Editor M

날이 추우니 대기가 맑다. 요며칠 출근길의 달이 아름답다. 인왕산 위로 새벽달이 마치 이른 저녁달처럼 떠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는 기분도 살짝 들만큼.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태어났다. 세종문화회관까지 서촌의 범주에 넣기는 뭐하지만, 건설 당시의 기록을 보니 인왕산에서 발원한 물이 수성동 계곡을 거쳐 지금의 통인시장 앞에서 방향을 틀어 정부종합청사 뒤 종교교회를 지나 세종문화회관 지하를 가로질러 청계천으로 나아간 듯 하다. 그러니 서촌 식구로 하자. 1세대 건축가인 엄덕문이 건축주(정부)와 줄다리기 끝에 본인의 의지를 어느정도 관철시킨(다시말해 어느 정도는 관철시키지 못한) 건축물이라 하는데, 지금 보면 엄근진의 느낌이 없진 않으나 어느모로 보나 광화문의 랜드마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출근하는데 마침 달이 보여 한 컷 찍었다. SEE YOU! 달은 이태백이 놀 때도, 등려군과 장국영이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부를 때도 늘 떠있었다. 내가 먼지로 돌아간 뒤에도 저기 떠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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