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itor M Feb 16. 2021

클럽하우스와 포모(FOMO)



비디오머그 인스타그램 캡쳐

요즘 난리 난 클럽하우스라는 소셜미디어.

나도 호기심에 아이패드에 깔아보았고 운 좋게도 지인이 땡겨줘서(invite)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 둘러보니 지인 리스트도 죽 올라와 있어서 

얼리어답터라는 이미지도 구축하고 나름 호의를 베푼다고 두 사람을 초대했으나 메시지 전송 실패. 

안드로이드폰이라 안 되는 모양.


낯선 곤충을 발견하고 발로 툭툭 건드려보는 고양이 마냥 앱을 깔아 놓고는 여기저기 기웃대며 눈팅만 하다가

한 번은 안면이 있는 서비스 제공자가 개설한 방에 들어가 라디오처럼 틀어 놓고 들었는데 딱히 별 건 없었음.

다들 "나 클럽하우스 써봤어"라는 말을 하기 위해 경험해보고 있는 느낌적 느낌.


'클하'는 별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뭔가 굉장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여하튼 짧은 경험 속에서는 대단한 인사이트를 주는 공간은 아니었음.

그러다 페북에서 지인이 자신이 느낀 바와 같다며 공유한 글을 발견했는데…

요즘 클럽하우스를 둘러싼 세상 풍경을 스케치한 글.


'아조시'-아저씨를 지칭하는 듯-들이 클럽하우스에 우르르 몰려와서

캡처 인증과 장문의 이용 후기와 분석 글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는 걸 보자니

"K-죠씨들은 거의 다 나쁜데 그 와중에 또 부지런한 게 제일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또 인스타와 틱톡에 아저씨들이 대거 '난입' 되던 상황을 떠올리며

"새벽종이 울리면 일어나던 시절의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라며 마무리.


나도 이해한다. 신선하고 조용하던 공간이 어느 순간 시끌벅적한 장터로 바뀌는 순간의 허탈함을.

아저씨들이 페북 들어오는 순간 페북이 "구려지고" 인스타 오는 순간 

1020은 인스타를 떠난다는 얘기의 의미가 뭔지도 안다.

젊은이들이 잘 놀고 있는 곳에 떼로 나타나 그곳의 기존 운영 스타일과 톤 앤 매너는 무시하고

자기들 편한 대로 사용해서 기존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나도 싫은데

이제 막 한국에 상륙한 서비스에 나름 올라타 보려는 몸부림을 

이렇게 비꼬면 어쩌자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


아니 그럼 클럽하우스 같은 새로운 소셜미디어는 젠지(GenZ)만 써야 하나?

트렌드에 둔감하면 유행도 모르는 '꼰대'라고 하고 요즘 핫하다고 해서 따라가 보려면 '아조시'라며 조롱. 

아저씨들은 행실이 참 힘들 수밖에 없겠다.

아저씨들은 트렌드 좇아 먹고 사느라고, '나 이렇게 젊게 산다'고 과시하느라고(나도 싫다)

또 젊은 세대와 소통 좀 해보려고 그런 거 아닐까. 

다만 일단 잘 모르겠으면 우선은 눈팅하면서 분위기를 파악해보는 게 좋겠다.


클럽하우스와 더불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란 말도 유행이다.

'클하'의 광풍 배경에는 나만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것.

소외되고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는 청소년기부터 학교 체육시간에 

남을 제치기 전까지는 무한 선착순을 돌아야 했던,

새벽종이 울리고 새 아침이 밝으면 동해물과 백두산을 부르고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을 되새기며 국민체조를 "시~작"했던

어찌 보면 불행했던 세대의 정신적 흔적이고, 트라우마이다.


나도 최근에 한 모임 때문에 삭제했던 네이버 밴드 앱을 어쩔 수 없이 다시 깔았는데,

누군가 아침부터 오늘의 명언 올리는 통에 아주 죽겠다.

그런 건 그냥 혼자 알고 있든가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에나 올려서 잠이나 좀 깨워 주든가 하지

자기가 일찍 일어난다고 아침 7시도 안 돼서 올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또 시(詩)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인 사람도 있는데 일일일시(一日一詩) 좀 안 올리면 안 되나.

중요한 공지도 있으니 알람은 꺼놓을 수도 없고… 

(물론 나는 시를 좋아한다. 하지만 매일 휴대폰 알람과 함께 강제로 보게 되는 건 싫다)


나는 포모 대신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 하기로 하자.

유행에 막 휩쓸려서 선착순 하듯이 뭔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조롱받고 싶지도 않다.

소외의 공포 대신에 잊히는 즐거움, 신경 끄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이 글은 SBS뉴스 '인잇' 코너에도 실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이 웨이 인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