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이 순간을 언젠가 글로 기록할 거야.’
그렇게 37살이 되었다.
이 글의 시작은 21년 전 여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혼잣말로 작게 내뱉었던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너무도 사적인 내 이야기를 왜 나는 세상에 내놓길 바랐던 걸까. 어떤 마음의 동기가 발동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그 마음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이 느끼는 대로 직감대로 행하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의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냥 쓰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그 마음의 동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늘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러나 어떤 누구에게도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대신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스스로 찾아낸 대답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어린 나이부터 눈치가 빨라졌다. 눈치껏 상황을 파악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며 어른들의 상황이 곧 잠잠해지길 바라며 지내왔다. 그래도 궁금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는지 말이다.
어른과 어른 사이에는 왜 이렇게 많은 일이 있는지 어린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의 흔적이 나의 모든 시간 곳곳에 자국처럼 남아있다. 그렇게 나는 30대 후반이 되었다. 아물지 않은 자국으로 인해 매 순간 많이 울고 흔들렸다. 요동치는 내 삶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서른 살이 되던 해 나는 알았다. 한 번은 정리하고 가야 할 자국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자국과 자국 사이에 틈이 생겨 차가운 바람이 마음으로 흘러들어와 내 모든 행동의 근간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에 부는 바람이 너무 차갑고 허전했다. 그 자국을 정리하고 메우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짧건 길건 적었다. 쓰다 보면 이렇게 마음에서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나 싶을 정도로 글의 분량이 넘쳐났고 어떤 글은 너무 짧아 이걸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결했다. 글의 길이는 기억의 길이와 같다.
작은 기억이었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기도 하고 아주 강렬한 기억이라 여러 문장의 글을 쓰기보다는 잔상이 더욱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단 한 줄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줄의 문장이나 한 편의 긴 글이나 모두 꺼내기로 했다. 이상하게 꺼내다 보면 마음에 상처나 자국들이 메워지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이 나를 살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궁금하진 않겠지만, 굳이 꺼내본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이야기를 써보았다. 모든 이에게 일어난 일이 다 똑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상처나 나와 같은 자국을 지니고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지.’하는 마음으로 함께 봐주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저도 그래봤어요. 라며 위로를 전하고 싶다.
당신에게만 있다고 느낀 것이 저에게도 또 다른 이에게도 있다는 걸 알면 조금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