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밭의 엄마

by Sinamongaroo

통통한 도라지 꽃망울을 하나 잡아 톡 터트리면 그게 행복이었다.

엄마는 집 뒤에 있는 작은 도라지 밭에 자주 가 계셨다. 봄이 되면 도라지를 심고 그 도라지 씨가 자라 울창한 도라지 숲을 이루면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만큼 자란다. 엄마를 찾아 도라지 밭에 가면 엄마는 항상 도라지 밭 어딘가에서 풀을 메고 계셨다. 자주 여기에 와 계셨다. 그래서 나는 늘 도라지 밭에서 엄마엄마 하고 소리치면 엄마는 여기야 하셨다. 나는 엄마를 찾으러 가는 길에 도라지 꽃망울이 봉긋하게 솟은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항상 터트렸다. 엄마를 찾으러 가는 걸 잊은 채 손을 뻗어 잡히는 꽃망울을 모조리 터트렸다. 나의 놀이터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곳은 엄마에게도 유일한 휴식처였을 것 같다. 울창한 곳에 혼자 주저앉아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풀을 한 아름 뜯어내고 오면 엄마는 다시 살아갈 힘을 내었을 것 같다. 보라색, 흰색의 울창한 도라지 꽃 속 꽃망울이 시원하게 터트리던 내 마음도 엄마와 같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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