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방에는 TV가 있었다. 채널이라고 해봐야 공영방송이었던 KBS 채널 한 개정도 나오는 TV였다. 그나마도 지지직거리며 안 나오는 때가 많아 TV의 윗부분을 때리거나 콘센트에 꽂혀있는 TV선을 뺐다가 다시 꽂는 정도의 조치정도 해보면 계속 지지직 거릴 때가 많다. 운이 좋으면 지지직 거리는 틈 사이로 화면이 가끔 보인다. 그 화면이라도 보고 싶어 계속 TV 윗부분을 때렸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할머니가 TV 장 옆에 붙어있는 작은 서랍을 여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할머니는 그 안에서 꿀이 들어있는 단지를 꺼내 한 숟가락을 퍼서 유리잔에 담고 다시 서랍장에 넣는 걸 보았다. 그 뒤로 할머니에게 꿀 한 입만 달라고 말하지 못해 TV를 보는 척하며 젓가락으로 꿀단지 서랍장 열쇠구멍을 후비적거렸다. 몇 날 며칠을 후비적거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꿀단지는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열쇠 구멍에 젓가락 때문에 생긴 흔적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