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있던 화장실은 소외양간 옆에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나무판자로 만든 간이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그 찝찝하고 질척거리는 외양간 옆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화장실을 하나 만들었다. 집 뒤편에 언덕이 있고 그 사이에 작은 길이 하나 있었다. 언덕에는 고야나무가 있었다. 비 오는 날에도 고야나무 잎사귀가 무성한 덕분에 비를 맞지 않으며 맘 편히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여름이 되면 연둣빛 열매가 노란빛이 되어간다. 그리고 하나둘씩 볼일을 보고 있는 내 머리 위로 떨어질 때가 있다. 주변에 고야 열매가 가득한 걸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내가 고야 열매를 맺게 한 것에 큰 도움이 되었네.’라고 말이다.
푸릇한 잎사귀 사이로 저녁 어스름의 빛이 조금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볼일을 보지 않더라도 나는 줄곧 혼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뜨거운 흙이 조금 식으며 뿜어내는 흙 내음과 여름 바람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