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꿈은 영원히 유사한 것으로 되돌아가는 유사한 것이다
모리스 블랑쇼
바깥은 밤,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었던 것은 의자이거나 테이블이거나 찻잔의 침묵이었던
알아들을 수 없는 투명한 귓속말들이 어스름으로 번져가고
초록색 옷이 잘 어울리는 명랑한 웃음소리를 가지게 해줄게, 두려움이나 죄책감 없이 마음껏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너에게 거침없이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보이저 1호는 2030년이면 지구와의 교신이 영영 끊어진대
줄 끊어진 연이 되겠네
어디에도 가 닿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건 아닐지
드디어 쓸쓸한 영혼을 가지게 될지도
나뭇가지에 걸린 깃털, 감람석은 흔한 광물이다, 안개의 사원, 병과 구원, 상실과 충만함, 망가진, 새로운 인생... 낡은 메모들과
더 이상 너를 향해 있지 않은 나의 영혼과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들 속에서 검은 새 떼처럼 날아다니는 것들
벌판 울타리에 걸려 낡고 삭아가는 비닐처럼 펄럭이며 닫히지 않는 문장 같은
의자이거나 테이블이거나 찻잔이거나 또 어떤 날 문득 되돌아올 이 견고한
사라진, 사라지고 있는, 사라지고 말 것들의 저 편 어디선가에서 끝없이 계속 될 지도 모르는
바깥은 아홉 번째 가을
황금 나비 떼에 묻혀 죽어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