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 나를 완성하는 가장 아름다운 정체성
정체성은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포함한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정체성이다. 그래서 정체성을 형성한 사람은, 그 방향으로 삶을 이끌고 그 여정 자체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 박선웅, 『정체성의 심리학』중에서
저는 지금, 지구인 셋을 23년째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키우고 있습니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으로요.
오랜 시간 동안 이 역할을 '해야만 하는 일'로 여겨왔습니다. 어딘가 숙명처럼 느껴지는 의무이자 책임으로, 그저 묵묵히 버텨내야 하는 것처럼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이 역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엄마'라는 정체성.
제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저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 '엄마'라는 이름 안에는, 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전하며, 우리 가족 모두를 배부르게 하는 따뜻한 힘이 숨어 있다는 것을요.
이제야 저는 알 것 같아요. 이 역할은 제가 단지 감당해내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니라,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깊이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이끌어준 가장 고귀한 정체성이었다는 것을요.
정체성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살아온 삶의 궤적, 무엇을 소중히 여겨왔는지, 어떤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왔는지…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저를 설명하고 싶을 때면, 제 삶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도, 그리고 엄마가 된 후의 '나'도 모두 함께 온전히 존재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저는 참 많이 흔들렸습니다. 삶이 저를 거센 파도처럼 밀어붙일 때면, 저는 늘 '누군가의 엄마'라는 이름과 그 책임감으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여간 수많은 밤과 낮의 시간들이 결국 저를 성장시켰고, 마침내 제 자신의 존재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어떤 날은 '이게 진짜 나인가?' 싶을 만큼 혼란스럽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많은 역할 속에서 진짜 제 모습이 희미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과 감정들을 지나고 보니, 저는 지금, '저는 엄마입니다'라는 말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 말은 이제 더 이상 저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지난 세월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지켜온 '사랑'이고, 제가 품어온 수많은 순간들의 소중한 '기록'이며, 앞으로도 제가 당당히 이어가고 싶은 하나의 빛나는 '정체성'입니다.
저는 더 이상 저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을 세상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제가, 참 고맙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 위에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를 둘러싼 관계와 역할 속에서 잠시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내가 지켜온 사랑과 이야기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다시 써 내려갈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엄마'라는 이름 안에서 저 자신을 잊지 않고, 온전히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