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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못소 Oct 12. 2017

뚜벅 뚜벅 걸어가다

글 못 쓰는 소설가가 쓴 줄거리

뚜벅, 뚜벅 걸어가다

 

1. 등장인물

조현병이 있는 남자 A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병원을 다니는 평범한 남자.

 

2. 줄거리

1.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갔다. 가는 곳곳 조현병 범죄를 말하고 있다. 친구와 걸으면서 말하는 사람. 모바일 뉴스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 길거리 TV 뉴스를 보고 떠드는 사람. 

나이, 성별, 옷차림은 다르지만, 끼리끼리모여 최근 범죄를 입모아 비난하고 있다. 그들 사이로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간다. 


2. 의사는 경과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좋다는 걸 잘 모르겠다. 의사도 최근 범죄 소식을 들은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범죄는조현병이 문제가 아니니,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고 말이다. 

“당신은 잠정적 범죄자가 아닙니다.”

이 말을 듣고위로가 되야 하는데, 왜 내 고개는 더 숙여지는 지 모르겠다. 


3.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내 병명을 모른다. 이력서에적지 않았다. 적으면 탈락이 분명한데 어찌 적을 수 있을까? 의사는사회생활해도 되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다른사람이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 

직장에서도 최근범죄 뉴스가 이슈였다. 모두 조현병을 욕하고, 그런 사람을사회에 풀어 놓는 정부를 욕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4. 회사 출근하자마자 옆자리에 앉은 대리님이 불렀다. 이 동네에서사람이 칼에 찔렸다고 한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피해자는가해자가 정신이상자 같았다고 한다. 대리님은 또 조현병 환자인 것 같다며, 조현병 환자도 성범죄자처럼 어디에 사는지 위치를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개명한 것이다. 그런데 편견이 사라졌나? 

의사에게 대리에게들은 이야기를 말했다. 의사는 그렇다고 가해자를 조현병 환자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사는 한 번도 강조했다.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에요. 특히 A씨는 경과가 좋아서 병원에 안 오셔도 될 정도예요. 주변 말에 신경쓰지마세요. 마음의 병이 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6. 자기 전에 약을 먹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환청이 들려서 잠들기 힘들었다. 의사 말로는 경과가 좋다고 하지만, 여전히 약이 없으면 불안하다. 소리가 들릴까봐, 망상이 보일까봐 겁이 났다.

망상이 보이기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였다. 조현병은 유전 영향도 크다고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망상이나 환청이 보인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그 날. 왜 처음 발견자가 나였을까? 왜 아버지는 그날 회식이있었을까? 동생은 수학여행으로 집에도 없었다. 왜 하필 어머니는그 날 자살 선택했을까? 

공중에 떠 있는발. 기이하게 꺾인 목. 아무도 없는 데 기괴한 신음소리가나에게는 들렸다. 멍하니 보다 기절한 나를 발견한 것은 새벽에 들어온 아버지였다. 


7. 조현병 환자는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병으로 자살을 택하는 것보다는 주변 시선으로 우울증에 걸리고, 그러다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날은 시댁 제사가 있던 날이었다. 친가는 어머니를 항상 탐탁치 않아 했다. 그날도 모진 말을 들었겠지. 그래도 20년을 버텼으면 더 버티지. 왜 그런 선택을 하셨을까?

그런데 요즘엔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내 집에는 항상 농약과 긴 밧줄이 서랍 속에 있었다.


8. 사무실 공기가 싸했다. 내가 들어가니 말소리가 끊긴다. 다들 나를 힐끗 보고 흩어졌다. 이 모습은 익숙했다. 설마 망상으로 보였나? 고민하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또는 학교에서. 곧 팀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9. 팀장님은 아픈 곳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전 직장 사람과 아는 사람이이 회사에 있었나 보다. 아니면 학교일 수도 있다. 팀장님은계약 연장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10. 혼자 돌아가는 길은 익숙한데, 오늘따라 주변이 더 외롭게 느껴졌다. 모바일에는 [조현병, 범죄를부르는 병?]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 내용은 조현병은잠정적 범죄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주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조현병 환자가 익명으로 SNS에 올린 글이 적혀 있었다. 

“저의 운명은 그저 살아가는 것일지 모릅니다. 뚜벅 뚜벅. 전 제가 외롭지 않기를 바라요.”

손등에 차가운물방울이 떨어졌다. 주변에서는 힐끗힐끗 나를 본다. 그런데도닦을 생각을 못하고, 글을 보고 있었다.


11. 뚜벅 뚜벅. 고시원 가는 길이 멀다. 그래도 걸어야지. 집에 있는 농약과 밧줄이 떠올랐다. 그 두개를 몇 번이나 버렸다, 다시 샀다가 또 버리기를 반복했었다. 더 이상 반복하는 것이 힘들다. 그럼 버릴까? 그냥 둘까? 

길거리에는 모자를쓴 남자가 홀로 뚜벅 뚜벅 걸어갔다. 그 주변에는 사람이 지나갔지만,그 남자를 피하며 멀리 돌아 지나갔다. 혼자 걷는 그 옆에 있는 건 붉은 노을이 유일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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