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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Apr 21.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52 - 산책

2023 3 25 토요일


 에는 격주로 재활훈련을 진행한다. 오늘은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재활치료를  예정이다. 6 으로 맞춰놓은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보통이면 자고 있는 나를 워서 필요한 물품이 없는지 물어보는데 오늘은 깨우지 길래 늦게 오는  알았다. 그런데 정신을 가다듬고 머리맡을 보니 새로운 물품들이 올려져 있다. 평소에 내가 달라고 했던 것만 놓고 갔다. 아무래도 자고 있는 나를 깨우기가 미안해서 몰래 놓고 가셨나 보다. 이른 새벽부터 소소한 배려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10시에 맞춰서 재활을 가려면 바삐 서둘러야 한다. 이제는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요령껏 간병을 하게 되었다. 네블라이저를 하려면 호흡기약이 필요한데 간호사가 약을 주러 오기까지 기다리려면 늦을  같아서 데스크에 가서 약을 미리 달라고 했다. 동생은 내가 일어나기 전부터 무엇이 불편했는지 눈을 뜨고 있다가 네블라이저를 하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동생이 자고 는 동안 의사가 회진을 돌았다. 나에게 동생의 컨디션이 어땠는지 질문을 했다. 시선처리가 완벽하게 되지는 않지만 가끔씩  때가 있고 지시사항에도 반응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을 한들 회진을  때마다 동생자는 모습만 봤는데  말을 믿어줄지는 모르겠다. 직접 보지 았으니 단지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가족의 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교수님이 회진을   동생이 재활 치료실에서 하던 것만큼의 반응이라도 보였으면 좋겠다.


석션을 하고 난 후 동생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두유 하나로 끼니를 해결했다. 간호사가 아침에 토닥이를 가지고 왔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오후에 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재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기저귀라도 갈게 된다면 촉박해지니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양식  하나가  들어갈 때쯤 동생이 뭔가 불편해 보인다. 그래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확인하니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아도 변비는 없어서 다행이다.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나보다 누워있는 동생의 배변활동이  원활한  같다. 그래도 이제는 기저귀를 가는 시간이 많이 빨라져서 처음보다 수월해졌다.


 동생은 뽀송뽀송한 상태가 되어 기분이 좋아졌는지 온몸에 을 주면서 움직이려고 시도를 했다. 그러다 별안간 침대 난간에 있는 선풍기으로 더듬거렸. 동생손가락 전원버튼으로 가져다주며 눌러보게 했다. 버튼을 누르면 바람세 4단계로 조절된다고 알려주며 눌러보라고 했더니 이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전원버튼을 찾아서 눌렀다. 심지어 눌러보라고  때마다 눌렀다. 동생 혼자 선풍기를 켜고 끄는 모습을 보니 많이 나아진  보여서 기쁜 마음에 동영상을 찍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밥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니 ㅕ이송 담당자가 왔다. 재활을 가기 전에 몸무게를 재본다고 했다. 휠체어를  채로 저울에 올라가니 85.5kg 나왔다. 휠체어 무게를 보니 28.25kg였고 계산을 하니 동생의 몸무게는 현재 57.25kg였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55kg였는데  사이에 2kg  늘었다. 그만큼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동생이 건강해져서 무게가 오를수록  관절들은 고장이  예정이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동생이 퇴원할 때쯤이면 내가 입원을 하게 생겼다. 그러기 전에 얼른 일어나길 바란다.


 엄마는 내일 집으로 내려갈 예정이라서 오늘도 재활시간에 맞춰서 아들을 만나러 왔다. 재활 치료실에서 동생에게 무언가를 해보라고 지시를  때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아주 고집불통이다.  모습을 보고 재활 치료사가 남자가 고집도 있어야 한다며 얘기를 하니깐 동생이 웃는다. 하여간 저런 말만  듣는다. 오늘은 평소에 했던 경사보다 경사각을  세워서 기구 재활을 진행했다. 엄마가 동생 옆에 서서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을 보니 잠시 신경을  써도 된다는 생각에 잠이 몰려왔다. 


 재활이 끝나고 보니 동생이 을 많이 흘렸는지 옷이 축축했다. 힘들면 말을 해야지 그걸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 한편으론 대견하면서 오늘 무리한  때문에 컨디션이  좋아져서 열이 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역시나 동생은 힘이 들었는지 휠체어에 자마자 꾸벅꾸벅 졸았다. 병원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해야겠다. 바로 병실로 올라가서 동생을 옆으로 눕힌 자세로 만들어주고 잠든 것을 확인했다. 그 틈을 타서 엄마와 밥을 함께 먹으려고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자고 있으니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병원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러다 여기 있는 모든 메뉴를  번씩 먹어볼  있을  같다. 오늘은 분식세트로 정했지만 병원밥은 맛으로 먹는 아니. 역시나 먹어보니 맛은 그저 그랬다. 그렇게 점심만 간단히 하고 나서 엄마와 헤어진 후  올라왔다. 병동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출입증 바코드를 찍어야 들어갈  있는데 모바일 바코드 캡쳐본도 통과가 된다. 그래서 혹시나 나중에 쓸 일이 있을까 싶어서 엄마한테도 보내주었다.


 병실에 올라오니 다른 간병인분이 동생의 점심을 챙겨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소화가 안된  같다며 나중에 먹이라고 하길래 감사인사를 전한  네블라이저를 먼저 해주었다. 얼마  있다가 엄마에게 연락이 와서 몰래 한번 들린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조심스럽게 커튼을 치며 들어왔다. 이로써 캡처된 바코드도  찍힌다는 것이 확인이 됐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간호사에게 걸려버렸다.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묻더니 2명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서 엄마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쫓겨나듯이 나가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좋았다. 아무리 코로나라도 그렇지 가족도 면회가  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오후에는 재활이 없어서 여유로웠다. 동생이 점심을 먹고 있을  나는 옆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영양식이 다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교수님이 간호사에게 리프트 사용법을 배워서 휠체어를 태워보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나중에는 없을 테니 간호사에게 부탁을 했다. 리프트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고가의 장비기도 하고 혼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용을 해야 할 때는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는데 하는  보니 오히려 리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운  같아서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날일  같다. 리프트 기계를 옮겨 들것에 동생의 몸을 싣고 체인을 걸어서 들어 올려 휠체어에 앉히기까지 적어도 2 이상이 필요했다. 교수님이 나를  때마다 리프트 이야기를 해서 사용을 해봤지만 좋은 방법아닌  같다. 간호사들의 피곤함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부탁을 하니 아무  없이 들어주긴 했지만 내가 미안해서  이상은 해달라고 부탁을 못할  같다. 그래도 리프트로 휠체어 태우기는 성공했다.


 동생과 함께 병원 산책을 나섰다. 우선은 8 병동부터 돌기 시작했다. 복도 끝으로 가보니 창문 너머로 옥상정원이 보였다. 동생은 휠체어에 앉아 있어정원까지는  수가 길래 대신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시선이 한참 동안 휴대폰에 머물렀다. 그래서 직접 나가보기로 했다.


 4층으로 내려가니 옥상정원으로 나가는 출입문이 있었다. 안에서 봤을 때는 계단밖에 보이지 않아서 휠체어로는 정원까지   거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대로  앞까지라도 가려고 밖으로 갔는데 가려진 틈으로 경사로가 있어서 올라갈  있었다. 동생은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직접 마실 수 있었다. 이렇게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본   이 넘었을 거다. 


 기분이 어떠하냐고 물으니 휠체어에 앉아 주변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표정을 보니 생각에 잠긴 듯한 느낌이었다. 사진도 찍고 잠깐 찬공기를 마시다가 추울 것 같아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냐고 물었다. 들어가고  고개를 끄덕이고, 싫으면 저으라고 했더니 미세하게 끄덕임이 느껴졌다. 동생이 원하는 게 맞는지 재차 확인을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보니 정원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뭐 하러 나는 그렇게 힘을 들여서 옥상정원의 정문을 열고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떡하니 보이는 엘리베이터에 허탈감을 느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동생이 옆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에서 눈을 떼지 못해 원하는 음료수를 가리키면 눈을 두 번 깜박이라고 했더니 사이다에서 눈을 두 번 깜박였다. 바로 구매를 해서 휠체어 식탁에 올려주니 마시지도 못할 사이다를  쥐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병실올라가면 살짝 맛만 보여주겠다 약속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가보니 복도 불이 꺼져있다.   공간에는 동생과  단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브이를 해보라고 하니 절대  한다. 내가 투덜거리니깐 그냥 피식 웃기만 . 마지막으로 1층도 가봤다. 스타벅스에 신메뉴가 나와서 어떤  먹어보고 싶냐고 물었다.  가지가 있는데 마음에 드는 숫자만큼 눈을 깜박여보라고 했더니 잠시 뒤 3번을 깜박였다. 동생이 고른 건 레몬 바질 블렌디드였지만 지금은 먹을 수가 없으니 조만간 다시 오기로 약속을 하고 병실로 돌아갔다.


 침대로 옮길 때는 다른 간병인 분들이 리프트를 사용하는 것보단 직접 옮기는   빠르다면서 도와주셨다. 매번 동생을 침대로 힐 때마다 도와주셔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휠체어를 타면서 앉아있는 연습을 근육을 사용하기도 하고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의식이 깨어나는데 효과적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보는 중이다. 귀찮아도 효과만 있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활동량이 많았던 탓에 동생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피곤한 동생을 바로 재우고 싶지만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돼서 똑바로 눕힐 수는 없었다. 열심히 재활도 하고 병원투어도 하고 오늘 하루 굉장히 피곤했을 거다. 그래도 저녁을 먹고 자기 전까지 초롱초롱하게 깨어있다가 10시에 티비 끄고 소등을 하니 바로 잠이 든다. 신기하게도 동생의 눈을 손으로 리면서 자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면 바로 잠에 든다.  정도면 피곤한데 억지로 깨어있었던  같다. 동생이  것을 확인하고 나는 씻으러 갔다.


 저녁 10 이후가 되면  시간이다. 휴게실에서 보조등 하나 켜놓고 글을 쓰고 있으니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가라고 했다. 불도 거의  끄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데도 10시가 넘었다고 폐쇄한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간호사들은 새벽까지 앉아있는 나를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유독 한 명만 눈치를 준다. 지금도 눈치를 보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인데   모르겠고 이런  짜증이 난다. 병원에서 제약이 너무 많은 것도 짜증 나기는 하는데 장소가 그렇다 보니 이해는 하지만 같은 매뉴얼인데도 간호사마다 대응하는 게 달라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를 모르겠다. 불 꺼진 응접실에 앉아서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아닌데  정도는 넘어가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여기서 생활하다 보니 많이 느끼게 된다. 별로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동생이 빨리 나아가 하루빨리 이곳을 탈출할  있기만을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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