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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May 10.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71 - 이런 적은 처음이라

2023년 4월 13일 목요일


 오늘은 새벽부터 동생이 끙끙 앓는 소리에 눈을 떴다. 6시가 되기 전부터 어디가 불편한지 식은땀을 흘리고 아파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떻게  수가 없었다. 온몸이 경직되어 배를 만져보니 딱딱하게 굳어있다. 요도에 상처 때문에 출혈이 생겨서 아파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곳이 아픈 건지 알지를 못해서 답답했다. 동생은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미안했다. 고관절이 많이 굳었다고 했는데 허리통증이냐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는  같았다. 아픈 곳이 정확히 허리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침대의 경사를 세웠더니 신음이 줄어들었다. 경직되어 있던 몸도 어느 정도 이완이 되는 듯하였다. 아무래도 장시간동안 대이동을 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동생의 컨디션 난조로 치료실로 내려가서 재활을 받기엔 무리가 따랐다. 면회시간 저녁에는  일이 없었냐고 어보길래 주치의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스케줄을 조정해서 오늘은 침상 재활만 진행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이러한 소동이 벌어져서 동생이 잘못될까 봐 식겁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지금까지도 출혈이 계속 있다고 하니 소변줄지금 빼게 되면 요도 안에 있는 출혈부위가 으면서 다시 넣기가 힘들다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을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소변줄을 꽂은 상태로 아물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출혈 부위에 거즈를 감싸놓기는 했는데 조금씩 피가 묻어났다. 주치의는 요도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안에 남아있는 잔여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척을 한번  진행하고 수분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 더 처방전이 있으면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나서 나중에 환급을 받을  있다며 알아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시켰다고 하니 이야기해 보고  된다고 하면 환불을 하고 되는 곳에서 구매를 하는  낫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어제 간호사에게 전달받은 의료기상가에 전화를 해보니 장애진단을 받지 않으면 해당이  된다고 말했다. 처방전이 있다고 해도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공단에서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며 한참 동안 설명을 듣다가 그냥 일반 욕창 방지용 방석과 압박 스타킹만 구매하기로 하였다 


 한창 정신없을 시간이 지나고 동생이 침상 재활을 받고 있을  엄마에게서 부산양산대학교병원에서 5, 6월로 외래진료가 잡혔다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주치의가 한번  회진을 왔을  외래진료가 잡혔다고 전하니 2 병원에서 의뢰서를 작성해 줄 테니 두리발이라는 휠체어 택시를 신청을 해서 가면 된다고 하였다. 우선 승인기간이 으니 등록부터 해야 한다고 하였다.


 주치의가 나가고 간호사가 나에게 오더니 엄마와도 전화를 했다며 처음이라서  일이 많을 거라며 친절하게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셨다.  그래도 외래진료를 보는 병원도 개인이 알아봐야 하고 의료기기와 물품도 개인이 대여를 하고 사야 한다며 병원에 물어봤더니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없어서 엄마가 분노를 했었다. 결국 제대로  답변을 받지 못해서 간호실에 전화를 했고 2 병원도 엄연히 의료기관인데 알아봐 주지는 않고 모든  보호자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졌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외래 진료는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고만 하고 협력기관이 없냐고 물었더니 부산에 있는 3 병원으로 알아보면 된다고만 이야기해 버리니 병원에서는 그냥 입원만 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해야 하는 걸로 보였다. 솔직히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개인이 해야 하고 병원이 관여하는 일인지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다.


  간호사가 다시 찾아와서 주치의가 설명해 준 의료기기 급여에 관해서 다시 설명해 주었다. 듣고 나서 대충 이해는 가는데 정확하게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물어봤다. 간호사는 의료기기가 전부 처방전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욕창 방지용 방석은 보장구 처방전을 먼저 내줄 테니 구입을 하고 나중에 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 검수 확인서를 청구하면 환급이 된다고 하였다.


 분명 의료기 상가에서는  된다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된다고 하면서 서로의 말이 다르니 더욱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의료기 상가에 다시 물어보니 이전 답변과 똑같이 장애진단이 없으면 환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동생의 병명을 말한  같지 않아서 뇌병변 장애라고 말하면서 보장구 처방전이라고 이야기하니 그제야 대화가 되었다.


 우선은 나중에 공단에서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해당 품목이 빠질 수도 있고 환급을  받을  있다는 사례를 알려주면서 서류를 떼줄 수는 있지만 환급이 가능할지는 나중에 가봐야 정확하게 안다며 걱정을 했다. 되면 좋은 거고  되면 어쩔  없는 거라고 말하며 구매를 원한다고 하니 토요일에 병원으로 가져다주겠다고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구매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치료사분들이 돌아가면서 병실로 직접 올라와서 침상 재활을 했었기에 물품을 알아보는 것도 가능할  있었다. 평소 스케줄대로 했다면 알아볼 시간도 없이 바빴을 것이다. 재활병원에서 보호자가 한가한 일은 있을 수가 없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그나마 숨을  돌릴  있었다. 동생의 상태도 보아하니 새벽이랑 다르게 괜찮아 보였다. 물론 출혈이 계속 발생하긴 했으나 아프지는 않아 해서 다행이었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병원에서 전부 해결해 주던  내가 직접 하려고 하니 어찌할 바를 몰랐었는데 알아볼  있는 여유를 가질  있도록 시간을 만들줘서 맙기도 했. 그래도 앞으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호자가 바쁘다는  환자가 인지를 빨리 찾을  있도록 재활을 많이 잡아두니 회복이 빠르게   있다는 의미인데 보호자가 여유롭다는 건 현재에 환자의 회복에서는 좋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지금 한창 바빠야  때이니 말이다.  목표는 동생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서  병원을 탈출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동생의 자생력을 되찾주기 위해서는 하나씩 나의 손길을 거둬야  것이다. 원래 하나부터 열까지  해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의지가 사라지고 부족하고 불편하게 만들어야 조금 자신이 움직이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모든지 결핍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가장 강하니 말이다.


 너무 완전하면 안일하게 변해서 스스로 힘을 내서 하려는 의지가 사라진다. 자기 의지대로 똑바로   있게 하는 방법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옆에서 지켜봐 주는  같다. 마치 물고기를 잡으려면 잡아서 주는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이야기처럼 말이. 자기가 직접 경험하고 느낄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전부  해주면 스스로   알아도 못하는 사림이  것이다.  


 오늘 컨디션이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오후가 될수록 좋아지는  같아서 다행이었다. 재활이 많이 없어서 저녁을 먹기 전에 여유롭게 네블라이저를  수도 있었고 원래라면 모든   끝내면 오후 10시가 되어야 씻으러   있었는데 여기 병실은 8시만 되면 모두 자려고 눕는 분위기라서 더 이상 무언가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9시가 되기 전에 씻으러 는데 내가 으러 간 사이에 동생 놈이  콧줄을 빼놨다. 불이  꺼진 병실에서  소리를   없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혼을 냈다. 잠시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사고를 쳐서 정신 바짝 차리게 혼쭐을 내줘야 한다. 보조등을 켜놓고 동생의  상태를 살피고 있으면 자꾸 다른 칸에서 불을 언제 끄냐고 해서 더 이상 무엇을  수가 없었다. 간호사가 나중에 콧줄을 다시 끼워준다고 했으니 그동안만이라도 자유를 잠깐 누리도록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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