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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May 14. 2023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75 - 포상 휴가

2023년 4월 17일 월요일


 오늘은 드디어 한 달 만에 엄마와 교대를 하는 날이다. 아침에 되어서도 병원을 떠난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엄마가 오기 전에 미리 엉덩이 패치를 교체하고 옷도 갈아입혔다. 그리고 동생이 재활을 하는 사이에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갈  있다는 사실에 신나지만은 않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엄마와 동생이 걱정되었다. 나는 이제 익숙해졌다지만 엄마는 모든  처음일 텐데 과연 적응을 잘할  있을지 불안했다. 그래서 최대한 오늘  일을 해결하고 나가야 .


 아침에 욕창방지용 방석이 도착했는데 무슨 방법을 써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서 결국은 지하 1층에 있는 구매관리과를 찾아가서 부탁을 했다. 병실 사람들 몇 명이 붙어도 해결이  되던 방석은 기계 한방으로 순식간에 공기가 채워졌다. 같이 구매한 압박 스타킹이 동생 다리에 맞지 않아서 교환도 해야 했다. 의료기 상가에 전화하여 교환을 요청하고 회수할 물건을 다시 포장하여 택배함에 놓아두었다.  정도면 어느 정도 처리를   같다. 이제 나머지는 엄마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다.


 동생이 재활을 하고 있을  엄마는 병원에 있는 내과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왔다. 간병을 하면서 해야 하는 것들을 설명해 주고 엄마와 손을 바꿨다. 동생에게 갔다 오겠다는 인사를 하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엄마가 울상을 지으며 가지 말라며 나를 붙잡는다.  말에 애도 낳아봤으니 나보다  잘할  있을 거라고 응원을 하면서 멀어져 갔. 동생과 엄마가 단둘이 남겨진 모습이 낯설었지만  큰일이야 생기겠는가. 어떻게든 하면 된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어쩔  없었다. 마지막으로 뒤를 한번  돌아보고 병원 밖을 나섰다.


 부산역으로 가는 ,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깐 감회가 새로웠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꿈인지 지금 밖에 나와있는 게 꿈인지를 모르겠다. 어딘가에 고립된  갇혀있다가 탈출한 기분이었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는  믿기지가 않았다. 간병을   벌써 한 달이 되었다는 사실도 너무 놀라웠다. 서울에 가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도  봤는데 모처럼의 포상휴가 맘껏 즐겨야겠다고 다짐했. 일단 눈치를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푹신하고 넓은 침대에 누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줄은 몰랐는데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냥 무언가를  해도 걱정 없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느껴졌다.


 서울에 도착해서 집으로 향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달 만에 자취방으로 들어서니 내 방의 공간만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로 몸을 날렸다. 온몸을 감싸는 침대의 푹신함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저녁에는 7 만에 만나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했다. 병원에서는 동생을 돌본다고 편안한 옷차림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을 하고 항상 나는 뒷전이었는데 모처럼 나를 가꾸는 시간을 얻게 되니 행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오랜만이라 신이 났다. 심지어 오늘 만날 친구는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라서  순간이  새로웠다. 7 전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알게  동갑내기였는데 카톡 친구만 되어있었지 연락을 따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바뀐 프사를 구경하다가 실수로 공감버튼을 누르게 되면서 연락이 되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 올라왔고 심지어 같은 동네 주민이라서 서울에 가게 되면 보자고 했었는데 어떻게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은 아니었던 건지 7 만에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할까 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풋풋했던 20 때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서 새삼스럽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실감이 났다. 그래도 그때의 추억은 시간이 변해도 그대로였기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오늘은 지친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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