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피치덱 Product 페이지 작성시 명심해야 할 필수요소
· 본 내용은 실제경험담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초대를 받아 한 데모데이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해당 데모데이에서 피칭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제품 양산을 앞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두 손 묵직하게 샘플들을 가지고 왔었다. 데모데이가 끝나고 이어지는 네트워킹 시간에 그 곳에 온 투자자 또는 액셀러레이터들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어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단 5분의 피칭시간이 주어지고, 발열용기를 개발한 A업체의 순서가 되었다. A업체의 대표는 피치덱을 스크린 화면에 띄우고, 앞쪽 테이블에 자신들이 개발한 발열용기를 전시하듯 올려놨다. 준비가 끝나자 진행자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곧이어 피칭의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타이머 숫자가 바뀌자마자 대표는 “5분 만에 라면을 끓일 수 있는 발열용기”라고 자신들의 제품을 소개하면서 발열용기에 생라면을 뜯어서 집어넣고는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치덱으로 주목을 돌리더니 차분하게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액셀러레이터와 준비를 많이 한 덕분인지 시간에 딱 맞춰 피칭은 마무리되었고, 어느새 데모데이 현장에는 먹음직스러운 라면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었다.
정말 5분 만에 라면이 완성된 것이다.
A업체의 대표는 제품의 사용법과 함께 물이 끓을 정도의 높은 온도로 순식간에 발열되는 제품의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시연’을 선택하였다. 이처럼 5분~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IR피칭의 특성상,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제품의 특∙장점을 명확하면서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만 한다.
자랑할 게 많은 내 자식♡
순도 100% 진심인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한 B스타트업의 IR피치덱 코칭을 맡게 되었다. 본격적인 코칭을 시작하기 전, 참여한 스타트업들은 액셀러레이터들 앞에서 기존 피치덱을 이용하여 5분 동안 피칭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액셀러레이터들은 피칭을 들으면서 자신과 매칭된 스타트업이 피치덱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내용구성과 전달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코칭의 가닥을 잡게 된다.
B스타트업의 차례가 되자, 나는 펜을 쥐고 메모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5분 뒤, 나는 아무것도 메모하지 못하고 흰 종이에 펜으로 점만 콕, 콕, 콕 찍고 있었다. B스타트업의 피치덱이 완벽해서였냐고? 아니다. B스타트업의 피치덱은 제품소개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서비스 기능만을 나열해두었기 때문이었다.
투자유치 피치덱이라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정보들이 누락되었음은 물론, 서비스 기능 역시 사용패턴이나 흐름의 고려없이 단순 나열되면서 정확히 무엇을 위한 서비스인지 이해가 어려웠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만들어야 할 정도여서 메모가 무의미했던 것이다.
투자자는 ‘무엇에 쓰는 물건을 어떻게 만들었는지(Product)’도 궁금해 하지만, 그 외에도 ‘그것을 어떤 시장(Market Size)’에서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팔건지(BM)’, ‘경쟁현황은 어떠한지(Competition)’, ‘본 사업을 성공시킬 주요 인력은 확보(Team)되어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리는 [IR피칭 필수항목 15가지]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 Cover page
· Vision Statement
· Problem
· Solution
· Why Now
· Market Size
· Product
· Business Model
· Traction
· Competition
· Unique advantage
· Team
· Growth Road-map
· Financial plan
· Fundraising&Closing
5분~10분이라는 짧은시간 안에 이 내용들을 모두 담아내야하기 때문에 각 항목당 분량의 분배와 밸런스가 필요하고, 제품을 보여주는 방법도 전략적으로 계획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사랑스러운 서비스를 자랑하고 싶은 B스타트업의 순수한 마음을 100% 이해하기에, 나는 그 자랑스러운 매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3가지 포인트를 고려하여 Product 페이지를 새롭게 구성하였다.
제품소개 페이지
효과적으로 작성하는
3가지 시크릿
시크릿 #1 : 핵심기술이 포함된 기능을 중심으로 살리고, 나머지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야 한다.
피칭시간 5분 동안 15가지 항목을 전달하려 한다면, 각 항목당 수십초 정도가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핵심을 제외하고 대부분 덜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제품소개 페이지(Product)에서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만이 보유한 고유기술이 적용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B스타트업은 실시간 트렌드를 반영하여 콘텐츠를 사용자 맞춤으로 큐레이션하는 AI엔진을 개발하였고, 특허출원도 완료한 상태였다. 따라서, Product 페이지에서는 사용자가 실시간 트렌트가 반영된 콘텐츠를 어떻게 추천받고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비슷한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 공유, 플레이방식에 대한 기능들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기 때문에 덜어내야 할 것이다. 이때, ‘덜어낸다’는 말은 ‘삭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Product 페이지를 영상으로 구성할 경우, 영상 속에는 해당 기능들을 포함시켜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더라도 피칭으로는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도 ‘덜어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시크릿 #2 : 사용흐름에 따라 시뮬레이션 화면을 구성하면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Product 페이지에서 어떤 핵심기능들을 다룰 것인지 정해졌다면, 이제는 사용자들의 사용흐름에 따라 그 기능들을 보여줄 차례이다.
서두에 발열용기를 개발한 A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A스타트업은 ‘시연’이라는 방법을 통해 IR현장에서 제품사용법을 보여주었고, 이 모습은 실제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과 동일했다. 즉, 사용흐름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시연’한 것이다. 친환경적인 소재, 탈부착 가능한 손잡이 등 다른 기능도 많았지만, A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고온발열이 가능하다는 자사의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사용법을 전달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시연’보다는 피치덱에 삽입한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사용법을 전달한다. 이때, 플랫폼 서비스는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사용흐름을 구성하는데 좀 더 신경이 쓰인다. 플랫폼 특성상 공급자-수요자 2가지 사용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판매자(공급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중고물품을 촬영 후 간단한 소개문구와 함께 판매지역을 지정하여 게시글을 등록하면, 사용자(수요자)는 자신의 지역에서 판매되는 중고물품을 한 눈에 살펴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와 같이 공급자의 사용흐름에서 수요자의 사용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물론, 공급자 또는 수요자 한 가지 관점에서의 사용흐름만을 다루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것은 어떤 핵심기능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시크릿 #3 : 수익이 창출되는 포인트가 Product에 포함되면, BM과 연결시켜 설명하기 쉽다.
“본체”와 “소모품”이 구분되는 제품의 경우, BM 페이지에서 소모품 판매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다룰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Product 페이지에서 “저희 제품은 발열용기(본체)와 일회용 발열체(소모품)가 함께 사용됩니다”와 같이 구성을 미리 알려준다면 BM을 이야기할 때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플랫폼의 경우 역시 사용흐름상 어느 포인트에서 수익이 창출되는지 Product 페이지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언급이 되면 좋다. “사용자는 추천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다”, “판매자는 가격과 기간을 설정하여 대여물품을 등록한다”와 같이 돈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설명이나 화면(이미지 또는 영상)이 말이다.
피치덱은 각 항목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다루는 것 같지만, Product-BM을 연결시킬 수 있듯이 모든 항목들은 유기적으로 관련성을 띄도록 스토리텔링이 되어야한다. Product에서 단순히 제품/서비스의 사용법을 보여주는데서 나아가, 그 내용 안에서 Competition에서 다룰 핵심기술이 적용된 기능과 BM에서 다룰 수익창출 포인트가 포함된다면 비록 시간은 짧을지 언정 제품/서비스에 대한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