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하루

외발수레에 담긴 빗물

by 루씰


일요일, 며칠째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늘은 해가 쨍하게 들었다.

남편은 교회 가고 나는 햇살 좋은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어? 수레에 빗물이 가득하네!”

창고 앞에 세워둔 외발 수레에 며칠 치 시간이 담겨 있다.

지붕 끝을 타고 떨어진 밤비, 종일 들려오던 빗소리, 창문을 적시던 작은 물줄기들까지.

확 쏟아버리려던 마음이 주춤했다.

“버리기엔 아깝네.”


습한 열기가 햇볕에 스멀스멀 번지는 오후, 남편이 교회에서 돌아왔다.

남편은 들마루 끝까지 번져오는 햇살을 한참 바라보다 창고 앞 외발 수레 쪽으로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물, 구정물도 아니고 맑디맑은 하늘 물이다.

밤낮으로 떨어진 빗방울이 수레를 가득 채웠고, 물 위엔 시든 민들레 하나가 줄기째 날아와 떠 있다.

남편이 손등으로 햇빛을 가리며 그 물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버려야 하는 걸 안다.

수레는 원래 물통이 아니니까.

모처럼 해 든 날 풀을 베어 실어야 하니까.

텃밭 고랑마다 눕혀두면 잡초가 덜 날 테고, 땅도 숨 좀 돌릴 수 있을 거다.

그걸 하려면 물을 비워야 하는데, 이 물이 자꾸 아깝다.


저 물도 어쩌면 하늘이 손수 길어 부어준 것일 텐데.

마치 누군가 정성껏 따라준 찻잔처럼 고요하고, 버리기엔 미안할 정도로 맑다.

“이걸 어디에 쓸까…”

남편은 수레 손잡이를 한 번 쥐었다가 놓고, 옆으로 한 걸음 옮겼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흠뻑 젖은 텃밭에 물 줄 일도 없고,

“아, 낚시 가서 물고기 잡아 오면 넣어 놓을까?”

별별 생각 다 해도 이 물은 다 쓰지 못할 것만 같다.

결국 오늘도 수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물도, 풀도, 고랑도 손대지 못한 채 해가 저문다.


남편이 웃는다.

이젠 무엇을 할까 보다 무엇을 버리지 않느냐가 삶의 크기가 된 나이가 되었구나.

빗물 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오래 고민하는 하루.

그 느린 하루가 참 고맙다.

아직 무언가를 아깝다고 여길 마음이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이.

외발수레 빗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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