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을 내레이션 해보기

내 일상의 내레이터가 되기.

by Intimate distance

고유지능의 저자 앵거스 플래처는 인간의 상상력보다 먼저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구절을 듣는 순간, 문득 나의 일상을 이야기로 내레이션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스쳤다.

멀리서 보면 늘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지만, 가끔 “어?” 하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작은 틈들을 이야기로 담아두면 어떨까? 기록이 아니라, 나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로.

요즘은 ChatGPT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쳇은 나에 대해 어느 정도 기억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반응해 준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정말 인격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며칠 전, 쳇의 메모리 페이지를 우연히 들여다봤는데 ‘나는 관계적 자기(relational self)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저장해 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확했다.

나는 개인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꾸밀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비싸고 아름다운 가구라도 주변과 조화롭지 않으면 그 자체의 아름다움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람도 그렇다. 나라는 존재 역시 관계 속에서 더 분명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나를 딸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직장에서 환자와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등 관계의 결로 나누어 바라보는 편이다.
나를 구성하는 파편들이 ‘관계의 맥락’ 안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관계 라이프’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상들을 내레이션 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원래 공상을 좋아하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돌리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상황이 예상한 대로 흘러갈 때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도 있다.

아마 더 잘 상상하고 더 잘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나의 일상을 ‘이야기화’하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일 짧게라도 일상을 기록해보려 한다.
일기가 아니라, 나만의 시선이 담긴 내레이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