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햇살 아래 댄스 삼매경

by 어니스트 정

창밖으로 쏟아지는 겨울 아침 햇살 사이로 딸이 춤을 춘다. 졸업을 일주일 앞둔 예비 중학생인 딸은 요즘 들어 부쩍 댄스 삼매경에 빠져 있다.


식탁 위에 차려 둔 아침 식사는 먹지도 않고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랜덤플레이댄스 곡에 이끌려 춤을 추고 있다. 긴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 속에서 나비처럼 흩날리고, 하얀 운동복은 그림자와 어우러져 춤을 춘다.


“ 딸, 밥 먹고 춤춰!”


식탁 앉아 밥 먹고 있던 나는 문득 12년 전이 떠올랐다. 3층 빌라에 살 때, 나들이를 다녀와 잠든 딸을 깨우기 아깝다며 아내와 함께 유모차를 들고 3층까지 올라가 거실에 들이고 신문지를 깔고 유모차를 두었던 그때. 첫 아이라 서툴렀지만, 그만큼 소중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얼마 전 치과에서 충치 14개가 발견되어 치료받느라 고생했던 일도 떠오른다. 매일 밥 먹고 양치하라고 노래를 불러대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무색하게, 말을 지독스럽게 듣지 않고 양치질을 잘하지 않던 딸은 긴 치료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을 보며 춤 동작을 연습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우리 딸도 또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수할 때마다 “아,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딸. 공부하는지 가끔 방문 틈을 타 배꼼이 쳐다보면 춤을 추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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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 우리 딸의 토요일 아침은 이렇게 춤과 함께 시작된다. 창밖 도시의 풍경도, 거실을 가로지르는 겨울 햇살도, 모두 딸의 특별한 무대가 되어준다. 곧 중학생이 된다는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이 시기, 춤은 딸에게 가장 솔직한 자기표현이 되어주는 것 같다.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였던 그 시절부터, 이제는 자신만의 꿈을 춤추는 소녀가 되었다. 식어가는 식사처럼, 초등학교 시절도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지만, 지금, 이 순간 딸의 춤사위처럼 우리 딸의 미래도 저렇게 빛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첫째라 모든 게 서툴렀던 우리였지만, 딸은 그런 우리의 사랑 속에서 충분히 잘 자라주었다. 아침 햇살 속에서 춤추는 딸의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는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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