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기기
간밤에 꾸었던 꿈이 어디서 왔는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미국 드라마에서 본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꿈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졌죠. 내가 섭취하는 모든 것이 결국 나를 만든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일은 지난 토요일 저녁에 이미 암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내내 운동하고 땀을 흠뻑 흘린 후, 저녁 9시경 따뜻한 순대국밥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국물 속에 푹 담긴 순대와 고기, 쫄깃한 밥을 한 숟가락씩 입에 넣을 때마다 온몸으로 행복을 느꼈습니다. ‘오늘 열심히 운동했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포만감을 채웠던 그 순간이 문제의 시작이었나 봅니다.
밤새 소화가 되지 않아 뒤척이다 결국 설친 밤을 보냈고, 아침에는 더부룩한 속과 함께 일어났습니다. “네가 나에게 무엇을 주는지 주의하라”는 몸이 보내는 신호였습니다.
우리 몸은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불량식품을 먹으면 배탈이 나고, 건강식품을 먹으면 몸이 튼튼해지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늦은 시간의 무거운 식사가 몸의 휴식을 방해한다는 것도 알면서, 종종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감에 현혹됩니다. 마치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 중에서도 당장 기분 좋은 것들에 끌리는 것처럼요.
“좋은 것을 먹고, 보고, 듣고 해야 좋은 것을 산출한다”라는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이 교훈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학교에서도 배우며, 성인이 된 후에도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건강 채널 유튜브에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걸까요?
그 답은 아마도 '비가시성'과 '지연성'에 있을 겁니다. 한 번의 늦은 식사, 한 편의 폭력적인 영화, 한 번의 부정적인 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의 영향은 다음 날 아침에 더부룩함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매일 소비하는 미디어와 정보의 영향은 어떨까요? 서서히, 깊숙이, 때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 내면에 스며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또 잊어버립니다. 인간의 뇌는 고통보다 즐거움을, 장기적 영향보다 즉각적인 만족을 더 쉽게 기억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 맛있는 국밥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는데, 다음 날 아침의 불편함은 곧 잊혀지는 것처럼요.
임산부들에게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으세요”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한 미신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정서적, 정신적 상태가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아 왔습니다. 현대 과학 역시 스트레스 호르몬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죠.
제 꿈은 미국 드라마의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재현되었습니다. 아마도 잠들기 어려웠던 밤, 제 뇌는 최근 입력된 강렬한 이미지들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이 무거운 음식을 소화하느라 고생했듯이, 정신도 흡수한 이미지들을 소화하고 있었던 거죠.
우리의 무의식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증거입니다.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정보들이 내면에 저장되고, 꿈이나 직관, 혹은 무의식적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마치 늦은 밤의 순대국밥이 다음 날 아침의 더부룩함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깨달음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첫째, 자각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섭취’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볼 때, TV를 켤 때, 누군가와 대화할 때, 식사할 때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고 자문해 보세요.
둘째, 기록입니다. 일기나 메모 앱에 오늘 본 것, 들은 것, 먹은 것과 그에 따른 기분이나 상태를 간단히 적어보세요. 이렇게 하면 시간이 지나도 그 연결고리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지만, 하루 중 일부 시간이라도 의식적으로 좋은 것들을 선택해 보세요. 아침 첫 시간 뉴스 대신 좋아하는 음악을, 잠들기 전 소셜 미디어 대신 짧은 명상이나 고전 소설 한 페이지를 선택하는 것처럼요.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매일 무엇을 ‘섭취’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첫 번째로 보는 뉴스, 출퇴근길에 듣는 음악, 잠들기 전 스크롤 하는 소셜 미디어의 내용들…. 그리고 물론, 실제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들까지. 이 모든 것이 몸과 정신의 양식이 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늦은 밤 무거운 음식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피하듯이, 정신적으로도 소화하기 힘든 부정적 정보나 자극적인 콘텐츠는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잠들기 전의 시간은 더욱 중요합니다. 그 시간에 보고 듣는 것들은 꿈과 다음 날의 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오늘부터 보고, 듣고, 읽고, 먹는 모든 것에 더 신중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나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은 몸과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 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이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 한 권, 영감을 주는 대화,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가끔은 마음의 휴식을 위한 침묵…. 그리고 물론, 적절한 시간에 소화하기 좋은 음식들. 이런 것들로 채워진 하루가 모여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몸과 마음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이 되고, 보는 것이 되고, 듣는 것이 됩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할 때, 우리의 삶도 조금씩 더 나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