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찾아서

N번의 도전

by 어니스트 정

모니터 앞에서 한숨이 나왔다. N 번째 보낸 이메일. 답장이 올까, 이번에는 좋은 소식일까.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출판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첫 투고를 준비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출간 기획서’라는 것을 써보았다.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시장성은 어떻게 되나요?”

“독자층은 누구인가요?”


출판사 투고 양식은 출판사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맥락은 비슷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하루 종일 업무를 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 기획서를 수정하고, 목차를 다듬었다. 첫 답장을 받기까지 보통 일주일이 걸렸다.


메일의 내용은 정중했지만 명확했다.


‘편집부에서 원고를 논의해 본 결과, 출간 방향과 형편상 저희 쪽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무척 아쉽지만, 저희 쪽 여러 제반 사정의 한계상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듯합니다.’

‘해당 독자들을 잘 아는 곳과 작업하셔야 더 많이 알려질 원고로 보입니다.’


N 번째 거절 메일을 받았을 때였다. 동료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팀장님? 저희 원고를 책으로 내줄만한 출판사가 있을까요?”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원고를 읽으며 느꼈던 감동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분명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될 것이라고 믿었다.


N 번째 이메일을 보내고 이틀이 지났을까. ‘작가님께서 정성으로 쓰신 원고를 소중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중략)… 원고를 보완하여, 출간을 제안합니다.’ 이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출판 TF팀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드디어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또 다른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이제는 어느 곳과 함께할지 결정해야 했다. TF팀 회의에서 각 출판사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했다. 긴 논의 끝에 우리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고 펼쳐줄 것 같은 출판사를 최종 선택했다.


계약은 대면과 비대면 중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 업무를 고려해 우리는 비대면 온라인 계약을 선택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제안서를 읽으며 처음 듣는 용어를 만났다. ‘예약판매.’ 단순히 초고를 수정하고 퇴고를 거쳐 책이 출간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출판의 세계에는 또 다른 과정이 있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예약판매는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 온라인 서점에서 먼저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책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명의 작가들이었고, 출판사 입장에서도 예약판매는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피고 책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출판사만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출판사는 세 가지 제안을 보내왔다. 어떤 제안을 선택하느냐는 공동 저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었다. 공동 저자의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과정이라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까지, 공동 저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이 과정을 지나고 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N 번의 거절 속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출판해 줄 출판사가 있을까요?”라는 동료의 물음에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 줄 출판사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함께 버텨낼 수 있는 열정이 필요하다. 지금 투고를 준비하시는 분들, 혹은 여러 번의 거절을 경험하신 분들께 포기하지 마시라고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출판사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