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저자들의 선택
“2주 안에 n 권을 예약 판매해야 한다고?”
회의실이 술렁였다. 출판사와의 계약이 코앞까지 왔지만,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출판사마다 계약 조건은 다르겠지만, 우리에게 온 제안은 책임을 동반했다.
공동 저자들은 한배를 탔기에 하나의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화이트보드에 계약 조건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 2주간 n 권 예약판매 필수
- 미달 시 구매 부담
- 선인세 10% 제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좀 부담스러워요. 우리가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데.”
고개를 끄덕이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때 한 동료가 말했다.
“그런데 언제 저희가 저희 이름으로 책을 출판해 보겠어요? 저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요.”
“저희가 이번이 처음 도전이니 출판사의 제안 중 작가들에게 부담이 되지만 최상의 조건, 교정, 홍보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요?”
계산 능력이 빠른 동료가 말했다.
“한 사람당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n명이 각자 조금씩만 노력하면 될 것 같은데요.”
회의가 끝나갈 무렵,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우리 모두 3번째 제안에 동의하는 걸로 할까요?”
공동 저자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뒤늦게 들려온 이야기가 뒤통수를 쳤다.
“몇몇 분들이 계약 조건에 대해 불만이 있으셨데요.”
“왜 그때 회의에서는 말씀 안 하셨을까요?”
다수의 군중 속에서 “저는 싫은데요.”라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직장이라는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일 마주치는 동료들 앞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의 직장 생활에서 그런 용기를 내기는 참 어렵다. 조직 내에서 특별한 권한이나 위치에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침묵을 선택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를 되새기며,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공저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의견 수렴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 설문이나 익명 메시지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의 없으십니까?”라는 형식적인 동의 요청보다는 “이 계약 조건에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일까요?”와 같이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공저 작업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첫 교정 작업이 시작되면서 겪었던 우리만의 특별한 도전기를 들려드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