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묵혀 두지 말자
새 차를 산 지 두 달하고 스무 하루가 지나서야 드디어 첫 손세차를 했다.
자동세차기에 넣으면 차 외관에 흠집이 난다는 말을 듣고, 유튜브를 뒤져가며 손세차 방법을 공부했다. 필요한 용품들도 꼼꼼히 알아보았다. 하지만 알아보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내일 해야지, 다음 주말에는 꼭 해야지" 하며 계속 미루다가 오늘에야 아들과 함께 세차장으로 향했다.
"아빠, 저기 거품 왜 나와요? 아빠, 그거 뭐예요? 아빠, 이건 뭐 하는 거예요?"
아들의 연발사격 같은 질문 공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하려고 했는데, 막상 호스를 잡고 서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2시간을 끙끙대며 겨우 마쳤고, 2만 6천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나갔다.
그런데 한 번 하고 나니 감이 왔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다음번엔 훨씬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차의 더러움이었다. 두 달하고 스무날 동안 쌓인 때가 정말 꼬질꼬질했다. 하지만 그 묵은 때가 하나둘 씻겨 나가는 모습을 보니 묘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쌓였던 무언가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때를 묵혀둘수록 그때를 벗기기가 힘들어진다는 것. 처음엔 가벼운 먼지였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하게 달라붙어 버린 것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냥 묵혀두곤 한다. 나 역시 비가 오면 어느 정도 깨끗해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비는 묵은 때를 처리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미뤄뒀던 사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대화, 언젠가는 해야지 하며 계속 뒤로 밀어두는 일들. 이런 것들이 쌓일수록 나중에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걸 차 때를 닦으며 깨달았다.
오늘 세차를 하면서 다짐했다. 2주에 한 번은 꼭 세차를 하겠다고. 한 번 해봤으니 이제는 첫 번째보다 훨씬 수월할 것 같다. 처음이 힘든 거다. 몰라서 어려웠던 거지, 한 번 해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두렵고 힘들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어, 별거 아니네?" 하는 순간이 온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보자. 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묵혀두지 말고 빨리 해결하자. 시간이 흘러도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직접 나서서 닦아내야 한다.